남편의 이름, 과거, 가족관계... 모두 거짓이었다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3/09/07
삶이 짐처럼 여겨질 때가 있다. 그 무게가 버거워서 그만 콱 내려놓고 소리소리 지르며 떼를 쓰고 싶어질 때가 있다. 짊어진 짐 가운데 내가 집어올린 것이 얼마 되지 않는단 걸 깨달으면 그런 마음은 더욱 커질밖에 없다. 택한 적도 없는 짐이 어깨를 짓누르는 고통 속에서 삶의 불공평함을 깨닫는 나날이란 얼마나 괴로운가.
 
괴로워하는 이에게 특별한 기회가 다가온다고 상상해보자. 어느 누가 다가와서 너의 인생과 다른 누구의 인생을 바꾸어 주겠다고, 이제는 다른 누구가 되어 새로운 삶을 살라고 제안을 한다.

살아온 삶으로부터, 내가 택하지 않은 고통으로부터 구속받지 않고서, 온전히 새로운 삶을 살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를 선택할 만한 이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 한 남자 포스터 ⓒ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올해 일본 아카데미를 휩쓴 단 한 편의 영화

올해 있었던 제46회 일본 아카데미시상식의 주인공은 이시카와 케이의 <한 남자>였다.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등 주요 부문을 싹쓸이한 이 영화는 제 삶을 남의 것과 바꾼 이들의 이야기다. 살아온 길이 괴로워서 살아갈 길을 걸을 자신이 없는 이들, 그들이 기꺼이 다른 이와 삶을 바꾸기로 한다. 누군가가 버린 삶이 다른 누구에게 구원일 수 있다는 역설이 이 영화가 주목하는 지점이다.

영화는 사라진 사내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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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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