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에 박제된 삶

방성
방성 · 공학자
2023/07/13


요즘 구직난 求職難도 있지만 구인난 求人難도 만만찮다. 정보통신 분야만 보더라도 소위 유니콘으로 불리는 빅테크 BigTech나 대기업은 물론 스타트업 StartUp까지 좋은 인력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구직자 또한 눈높이가 올라갔다. 이런 구조에서 평생직장은 사라진다. 자기 경력을 쌓고 그 이력을 통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고 한다. 전문 분야는 더 세분화 됐다. 아무래도 짧은 기간에 성과를 보이려면 특수한 지점에서 성능을 높여야 한다. 프로그래머, 기획자로 일갈하던 직종도 스택별로 다양해졌다. 기업 입장에서는 직군이 세분되면 그만큼 변동성에 강해진다. 부재나 에러에 따른 피해가 적기 때문이다. 구직자 입장에서도 자신의 스페셜티를 강조할 수 있어 유리해진다. 다만 애매한 지점에 있는 기업과 취업자 간 엇박자는 지속된다. 직업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일어난다. 가장 큰 피해자가 구직자와 중소기업이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기업에서 제일 바쁜 부서가 HR이다. 나 또한 부서장으로 매주 이력서를 보는 게 일과가 됐다. 그런데 최근 이력서에 과거와 사뭇 달라진 부분이 있다. 자기 소개란에 MBTI 가 선언처럼 적혀있다. 물론 기업이 요구한 것이 아닌 구직자의 자발적 표현이다. 가령 자신은 외향적 성격이라며 ‘E’ 타입이라고 소개한다. 아무래도 내성적인 성격은 취업에 불리하다 느끼는지 ‘I’라고 하면서도 ‘E’ 유형을 동시에 지녔다고 말하며 그 외에도 자신의 성향을 유형별로 꽤 자세하게 설명한다. MBTI는 스위스 정신분석학자인 칼융 C.G.Jung의 심리 유형론을 토대로  마이어스 Myers와 브릭스 Briggs가 만든 자기 보고 형식 Type Indicator의 성격유형검사 중 하나이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1990년대 초 내가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대기업에 입사했을 당시 코칭 교육과 함께 이 검사를 받았던 기억이 있다. 물론 검사 결과를 받고 신기했던 기억도 있다. 질문이 정확하게 생각나지 않지만, 당시 사내교육이어서 회사로 보고될 것으로 생각하고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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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인이다. 그냥 세상의 물질과 이것 저것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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