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없는 지방에서 피어난 젊은 버스기사의 로맨스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4/01/02
세계로 나가 다양한 나라들을 돌아보다 보면 한국이 참으로 독특한 나라란 걸 실감하게 된다.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아이를 낳지 않고, 또 서른을 훌쩍 넘겨서까지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이 수두룩하며, 거의 전 국민이라 해도 좋을 만큼 많은 수가 대도시적 삶을 살아간다는 점이 그렇다.
 
그중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는 한국이 서울에 집중된 기형적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일 테다. 한국의 인구밀도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표기한 지도에선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텅 빈 모습으로 그려지기 십상이다. 제2의 도시라는 부산마저도 좋은 일자리를 구할 수 없다는 이유로 청년들이 떠나가는 형편이다. 하물며 중소도시의 사정이야.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면 지방 도시가 놓인 처지란 딱하기 그지없다. 인구는 줄고 그나마도 노화가 심각하며 재정자립도 또한 위험 수준이다. 열악한 사정 가운데 중앙정부가 결정한 복지정책을 집행하고 나면, 자체 예산으로는 정책이랄 걸 펼쳐볼 수도 없다는 볼 멘 소리가 나오기 십상이다. 갈수록 죽어가는 도시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태어나길 바라는 것도 무리라지만 한국 영화와 소설 가운데 지방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점점 찾기 어렵게 된다는 건 이러한 이유라 하겠다.
▲ 창밖은 겨울 포스터 ⓒ ㈜영화사 진진
경남 진해에서 사는 청년의 삶

<창밖은 겨울>은 근래 흔치 않은 지방 배경의 영화다. 경상남도 진해를 배경으로, 그곳에서 버스기사로 일하는 청년 석우(곽민규 분)와 터미널 매표소 직원 영애(한선화 분) 사이의 이야기를 그린다.

한 때 영화감독을 꿈꿨던 석우는 작품이 잘 되지 않자 고향인 진해로 낙향하여 버스기사로 취업한다. 영화 촬영차 대형면허를 따둔 것이 고향에서 일자리를 구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그에게는 한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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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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