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일대학 출판부의 치욕

정숭호
정숭호 인증된 계정 · 젊어서는 기자, 지금은 퇴직 기자
2023/11/10
  
Ⅰ.미국 명문 대학인 예일대학 출판부(The Yale Press)는 1964년 자신은 물론 출판 역사상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그해 5월에 이곳에서 나온 890쪽짜리 방대한 책(저자가 초판을 크게 보완하고 뜯어고친 재판이다)-곳곳에 오류가 넘쳐났다. 이름만으로도 권위가 넘치는 아이비리그 대학 출판부가 낸 책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322쪽에서는 네 줄이 사라졌고, 468쪽은 통째로 날아갔다. 469쪽은 두 번 인쇄됐고, 563쪽에서는 두 문단이 순서가 바뀌었다. 615쪽에서는 여덟 줄이 틀렸고, 1948년 이 책 초판 페이지마다 들어 있던 ‘난외 표제(Running Head-페이지 위나 아래에 인쇄된 책 제목 혹은 장 제목 등)가 이번에는 완전히 쏙 빠졌다. 이런 책의 정가를 초판보다 50%나 비싼 15달러로 매겼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예일 출판부의 잘못은 이뿐이 아니다. “곳곳에 옅게 인쇄된 문장과 짙게 인쇄된 문장-돋움체로 여길 수도 있는-이 뒤섞여 있었다. 짙게 인쇄된 부분은 내용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저자가 의도한 것으로 오해하기 딱 좋았다. 날아간 부분과 오탈자, 뒤바뀐 문단은 예일 출판부가 정오표를 배포해 바로잡는 체했지만 독자를 헷갈리게 하는 문단의 농담(濃淡)은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이 책은 한국에서도 번역된 ’인간 행동(Human Action)‘이다. 저자 루트비히 폰 미제스(1881~1973)는 위대한 자유주의 이론가이자 사망한 지 50년이 지난 지금도 시장경제 체제의 최고 수문장으로 평가받는 오스트리아 태생 사상가이자 학자이다. 자유로운 개인이 행복을 누릴 수 있고, 자유가 풍요를 보장하며, 자유가 인류 문명 발전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임을 여러 고전 독해와 깊은 사유를 통해 밝혀 놓은 이 책은 원래 1940년 스위스에서 독일어로 처음 나왔다. 독일어 제목은 ’Nationalökonomie(국민경제)’였다. 
   
유대인인 미제스는 1930년대 중반 나치의 박해를 피해 조국을 떠나 수년간 스위스에 머...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하드리아누스 …, 스미스, 미제스, 하이에크, 자유, 시장경제, 나보코프, 카잔자키스, 카뮈, 쿤데라, 마르케스, 보르헤스, 무질, 브라이슨, 마그리스, 미당, 서정인, 김원우, 안동, 낙동강, 빈, 에든버러, 다뉴브, 겨울 지중해, 석양의 수니언 베이, 비 젖은 오랑
50
팔로워 67
팔로잉 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