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을 돌보다]무엇이 웃게 만드나

소요 · 돌보는 사람을 위한 돌봄 연구소
2024/03/19
1. 
혼자 일어서나 걷지 못하는 엄마를 화장실로 데려갈 때 아빠가 개발한 자세가 있다. 로맨틱한 부루스 자세. 엄마의 두 팔을 아빠의 목에 두르게 하고 엄마의 허리를 잡고 일으키고 걷는 것이다. 처음에 이 자세가 너무 민망해서 쳐다보지 못했다. 엄마가 팔을 아빠 목에 두르면 그나마 다행인데, 팔에 힘이 없어서 허우적거리다가 아빠 멱살을 잡거나 귀를 잡을 때가 있다.  

뭐야? 이제 멱살을 잡는 거야? 다음엔 머리채도 잡겠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엄마가 막 웃는다. 생전 말대꾸도 못하던 사람이 멱살잡이를 한다고 생각하니 그게 그렇게  웃기나보다.

2.
엄마와 아빠가 부둥켜안고 화장실 가는 모습을 보면 가관이다. 엄마 엉덩이는 부끄러운 듯 자꾸 뒤로 빠지고, 아빠는 이리와, 하면서 잡아 끌고. 엄마가 못 이긴 척 아빠를 부둥켜안고 갈 때마다 나는 묻는다.

지금 부둥켜안은 남자가 누구야? 옆집 아저씨, 외간남자 아닌지 확인하고 잡아. 아무 남자나 막 잡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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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씁니다. 죽을 거 같아서 쓰고, 살기 위해 씁니다. 예전엔 딸을, 지금은 엄마를 돌봅니다. 돌보는 사람을 위한 돌봄을 연구합니다. 잘 사는 기술과 잘 죽는 기술을 개발하고, 어쩌다 지방소멸도시를 탐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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