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의 애인과 삽니다> : 홍승은 폴리아모리 에세이

신승아
신승아 · 삐딱하고 멜랑콜리한 지구별 시민
2023/09/12

sbs 창사 특집 다큐멘터리 <나를 향한 빅 퀘스천 3부 : 부부는 어떻게 사는가?>에서는 사랑의 근원을 질문하는 세계 각국의 부부들이 등장한다. 분리된 공간에서 개인의 생활 패턴을 존중하며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는 'LAT(Living apart together)' 부부, 체외수정으로 낳은 아이를 함께 양육하며 플라토닉 사랑만 나누는 '코페어런팅' 부부, 성전환 수술을 한 뒤 남편에서 아내가 된 배우자와 사는 부부, 일부다처제와 일처다부제와 달리, 두 사람이 한 사람을 독점하지 않고 '비독점'을 유지하며 파트너와 합의하에 '다자' 사랑을 추구하는 '폴리아모리' 부부까지. 기존 질서에서 빗겨난 비체들의 사랑을 엿보며 질문의 농도는 짙어졌다. 

방송에 출연한 부부들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형태의 사랑은 단연 '폴리아모리' 가족이었다. 캐나다 성인의 3.5%가 합법적으로 '폴리아모리' 공동체로 살아간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과연 지속 가능한 사랑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겼다. 무지에서 비롯된 의심들은 부부의 일상 앞에서 조금씩 지워졌다. 한 명의 남편과 두 명의 아내. 이들은 사랑을 권력 삼아 상대방 위에 군림하지 않았다. 평온한 가정을 일구기 위해 하루 5시간 이상 대화를 나누었고, 때로는 연인처럼, 친구처럼, 자매처럼 서로를 아껴주었다. 둘이 아닌 셋 이상의 사랑. 상대방을 소유하지 않고, 오롯이 존재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모습은 새로운 관계의 가능성을 상상하게 했다. 

여자 옆에 남자 한 명, 남자 옆에 여자 한 명. 이 전제는 근대 가족의 탄생과 함께 절대적인 진리로 자리매김했다. 이성애중심 일대일 모노가미 관계만 '정상'으로 인정하는 사회에서 성별 이분법은 강화되었고, 사랑이란 미명 하에 구속과 통제는 정당화되었다. 정말 인간은 여자라서 남자를 사랑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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