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에서 가장 용감한 남자-쿨하다 못해 시린데 뜨겁다. 송태섭
2024/04/02
슬램덩크에서 가장 용감한 캐릭터는 송태섭이다.
그는 단 한 번도 무리를 지어다닌 적이 없다.
송태섭과 가장 인연이 깊은 사람이 (한나를 제외하고) 어린 시절에 마주친 이후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로 다시 연결됐던 정대만이라면 송태섭과 가장 유사성이 많은 캐릭터는 강백호다.
송태섭과 가장 인연이 깊은 사람이 (한나를 제외하고) 어린 시절에 마주친 이후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로 다시 연결됐던 정대만이라면 송태섭과 가장 유사성이 많은 캐릭터는 강백호다.
강백호가 아버지를 잃었던 것처럼 송태섭 역시 아버지와 형을 연달아 잃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빈자리, 그 공허한 외로움을 핸들링하는 방식은 전혀 달랐지만.
강백호가 외로움을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어떻게든 연결되는 방식으로(쌈박질) 해소해 왔던 반면에 송태섭은 단 한 번도 어딘가에 소속된 적이 없다. 몰려다니면서 사고를 치던 강백호와는 달리 그는 항상 혼자 다닌다. 농구부에 가입한 이후에도 필요한 연습은 충실히 임하지만 방과 후에 몰려다니거나 다른 시간을 같이 보내는 모습이 거의 나온 적이 없다. 사실 저 나이대의 남자아이가 무리를 짓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이는 송태섭에 대해 많은 것들을 말해준다. 그는 상처를 타인을 통해 회복하는 타입이 아니다.
가장 감성적으로 유약할 나이. 연달은 비극으로 폐허가 된 집을 정리하며 송태섭의 어머니는 그들과 관련된 것들을 잠시 지우려 한다. 어떤 상실은 흔적만으로도 고통이 되기 마련이다. 함께했던 기억이 담긴 집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태섭. 흔적을 지우고 싶어 하는 엄마와는 달리 그의 빈자리는 고통이라기보다는 다른 것으로 채우지 않고 일부러 남겨두는 여백과도 같다.
비어 있는 자리를 채우느니 그대로 두겠다.
이 공간이야말로 태섭의 건방진 소위 '애티튜드'의 근원이 된다. 그리고 전학 간 첫날 무리 짓는 아이들은 그 공간의 힘을 귀신같이 눈치챈다.
"저 녀석 건방져."
꽤 자주 궁금해진다. 정대만이 유독 송태섭에게 발작버튼이 눌리던 이유가 뭘까? 채치수의 어깨에 얹어진 채 서서히 몰락해 가던 농구부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들이던 서태웅이나 강백호가 아니라. 왜 송태섭인가?
두 캐릭터를 들여다보면 들어다 볼수록 절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