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진정한 구경꾼 이온( spectator ion )이고 싶다.

방성
방성 · 공학자
2023/08/08


사회변화 속도는 유례없이 빠르다. 모든 분야가 쉬지 않고 변태를 거듭한다. 과거에는 기술을 배워 평생 밥벌이를 했다. 지금은 그 생명 주기조차 빠르다. 평생직장이란 말은 사라졌다. 특히 과학기술이 사람의 삶을 삼켜버리는 것 같다. 주도하는 것인지 밀려오는 것으로부터 도망을 가는 것인지 혼란스럽다. 그러면서도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증상으로 여기저기 기웃거려야 한다. 나는 이런 속도에 실려 살다가 일련의 죽음이 겹친 사건을 겪고도 무심한 듯 견뎌내며 지나왔다. 결국 몸이 신호를 보내왔다. 누군가는 ‘정신력’이라는 힘으로 버텨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뒤늦게 깨달았다. 정신은 잠시 몸을 빌려 쓰는 것이었다. 정신력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힘은 물리학에서도 정의하지 않는다. 정신은 단지 건강한 몸 위에 얹혀 있을 때 유의미하다. PTSD는 정신 질환에 속하지만, 마치 기계처럼 작동하는 몸이 먼저 망가진다. 그러니까 ‘마음먹은 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투표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정치활동이다. (출처: 셔터스톡 )
어느 날부터 뉴스를 보지 않는다. 주치의가 권한 방법 중 하나였다. 이유는 단순했다. 뉴스에 나오는 일들은 내가 어쩌지 못하는 일들뿐이다. 물론 선행이 알려지는 경우가 있지만, 극히 드물다. 대부분 사건과 사고이고 사회와 정치적 문제들이다. 결국 이런 부정적 정보를 받아들이는 게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세상과 멀어지는 기분이었다. 사람들과 화제를 공유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세상사에 노출을 피할 수는 없다. 이제 SNS가 언론이 된 세상이다. 하지만, 예전처럼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니 세상과 격리된 몸과 마음이 다소 고요해짐을 느꼈다.

괜찮아졌을까 싶어 채널을 흐르던 뉴스에 멈췄다. 여전히 세상은 힘들었다. 폭우로 인한 오송 지하차도 수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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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인이다. 그냥 세상의 물질과 이것 저것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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