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칭징저
칭징저 · 서평가, 책 읽는 사람
2023/10/15
김훈,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김훈,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생각의 나무*2003)

오랫동안 기자생활을 했던 김훈이 소설을 쓴다고 했을 때 한 비평가는 '그의 문체가 소설에 적합하겠느냐'라는 의문을 제기했다고 한다. 기자로서의 글쓰기와 소설가로서의 글쓰기는 엄연히 다른 영역이라는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글쎄. 솔직히 난 김훈의 '기사'를 본 적이 없다. 내가 처음 접한 김훈의 글은 <강산무진>이었다. 김훈의 몇몇 소설을 뒤적이고 또 이 책을 본 후에, 난 위의 비평가와는 전혀 반대의 의문을 가졌다. '이런 식의 사고와 문체로 과연 김훈이 기자적 글쓰기를 할 수 있었겠느냐'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컨대 뒤늦게 읽은 김훈의 글에는 뭐랄까, 기자로서 요구되는 '벼린 이성'보다는 '축축한 감정'이 묻어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는 편집자와의 상의 끝에 원래 제목이었던 <아들아 다시는 평발을 내밀지 마라>를 수정한 제목이라고 한다.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곱씹을수록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제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걸 두고 제목에 '낚였다'라는 표현을 쓰는가 보다, 했다.   

<기자로 산다는 것·호미출판사>에서 스치듯 김훈의 과거사를 전해 듣고, 난 그가 궁금해졌다. 부끄러운 과거 덮기에 급급한 한국 지식인 지형에서 자신의 치부를 손수 밝히고자 했던 사람이 하는 얘기가 듣고 싶어졌다. 게다가 <너는 어느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라는 도발적 표제를 건, 김훈이 말하는 세설(世說)이라니. 알라딘으로부터 택배가 도착하기 전부터 난 조바심이 났다.  

그에게 붙은, 그를 가장 단선적으로 보여주는 수식어는 바로 ‘문장가’다. 그가 주로 사용하는 간결한 문체와 그 사이에 드문드문 배치하는 만연체는 글의 전체 맥락 속에 적절히 혼용돼 읽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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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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