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당신에게 단 한 편의 영화만 추천할 수 있다면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3/08/30
▲ 영화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 포스터 ⓒ 슈아픽처스

분명 천재가 쓰고 있다.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저기 러시아 어느 골방 책상 앞엔 어떠한 고난에도 굴하지 않는 정신을 가진 작가가 하나 앉아 있고, 그는 벼려진 펜 끝을 몰아 세상에 없던 이야기를 한 줄씩 한 줄씩 종이 위에 새겨나가는 것이다.

유독 걸출한 작품이 많은 2023년 어느 더운 여름날, 나는 등골을 서늘하게 하는 이 영화 한 편을 보고서 나도 어서 이에 걸맞은 작품을 세상에 내어놓아야 하겠다고 마음먹었던 것이다.

내가 본 건 어떤 영화였을까

처음 떠오른 건 도스토예프스키였다. 온 우주를 가로질러 어느 운명을 맞닥뜨린 이가 온 힘을 다해 구원의 작고 좁은 가능성을 향하여 내달리는 절실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다음은 톨스토이였다. 그저 개인의 삶을 넘어 온 세상의 모순을 끄집어내고 마침내 세상은 이러해야 한다고 온몸으로 저항하는 대단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나는 어느 친구에게 전한 메시지에서 도스토예프스키가 톨스토이의 정신을 갖고 스탈린 시대를 살아낸 뒤 오늘 러시아에서 영화를 찍으면 바로 이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 바로 그런 영화다.
▲ 영화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 스틸컷 ⓒ 슈아픽처스

공식 피해자만 70만 명, 스탈린의 '피의 숙청'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는 문학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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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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