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죽지 않은 것’을 넘어설 수 있을까

허태준
허태준 · 작가, 출판 편집자
2022/11/18
*2020년 시점에서 쓴 글입니다.

  결과가 좋지 않네요. 검사 기록을 확인하던 의사가 말했다. 피 검사랑 객담 검사 결과가 나와 봐야 확실하겠지만, CT 사진으로는 99퍼센트 폐결핵이라고 보는 게 맞아요. 되도록 빨리 입원하는 게 좋은데, 결핵이 전염성이 있는 병이라 우선 1인실이 있는지 확인해줄게요. 그가 어딘가 전화를 거는 동안, 나는 환자가 볼 수 있도록 앞으로 기울어진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불투명한 갈비뼈의 윤곽 너머로 하얗게 뜬 얼룩이 선명했다.
  저기…… 수화기를 내려놓은 그에게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지금은 일 때문에 혼자 지내고 있어서 입원을 하게 된다면 본가에서 가까운 병원으로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에는 코로나 때문에 다른 병원에도 1인실이 없을 수 있으니까 알아보고 다시 와도 돼요.
  그는 일주일치 약을 먼저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복용 시 주의해야할 점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약에는 부작용이 많았다. 소화불량, 피부 가려움, 시력저하, 요산수치 증가로 인한 통풍 등등. 부작용이 심하면 약을 끊어야 한다고 했다. 2차 약은 효과가 더 떨어진다고. 그러니 다른 병원에 가도 몸에 이상이 생기면 작은 것 하나 빼먹지 말고 담당의에게 자세히 이야기하라고 했다.
  괜찮을까요? 질문하는 나의 목소리가 잠겨 있어서였을까, 그는 나를 안심시키려는 듯 마스크 밖으로 드러난 눈으로 다정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6개월 정도 약만 잘 먹으면 나아요. 그동안 면연력이나 체중이 더 떨어지지 않게 잘 관리해야 하고, 한 달에 한 번씩 피검사랑 x-ray 찍는 정도에요. 죽는 병이 아니니까 걱정 말아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몇 가지 검사를 더 받고 병원을 나왔다. 그리고 곧바로 근처에 있는 병원으로 가서 약을 받았다. 가끔씩 편의점에서 사던 두통약과 비슷하게 생긴 붉은색 약을 아침 공복에 두 알씩 매일 먹으라고 했다. 약사는 결핵에는 이 약이 가장 중요하니 반드시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 외에도 아침 점심...
허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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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지역 중소기업에서 현장실습생, 산업기능요원이란 이름으로 일했습니다. 회사를 그만둔 후 모든 삶은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는 믿음으로 《교복 위에 작업복을 입었다》를 썼습니다. 현재는 출판 편집자로 일하고 있으며, 《세상의 모든 청년》의 책임편집 및 공저자로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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