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보와 보낸 11년 첫번째 이야기-입양
2024/03/22
깜보와 보낸 나날들
키우던 강아지와 이별한지 벌써 6년이나 지났다. 유기견으로 우리 집에 입양을 온 해가 2007년 9월이고 병으로 죽은 게 2018년 3월이니까 정확히 10년 6개월을 함께 살았다. 이 이야기는 깜보라 불리던 강아지가 입양된 날부터 암으로 죽은 날까지 있었던 일을 중심으로 그 개와 보냈던 소중한 경험을 기억하면서 적은 기록이다. 개는 다른 어떤 동물보다 인간과의 친밀도와 충성심이 높다. 오늘날 한국에는 애완견이 천만을 넘는다고 한다. 고령화 사회로 본격 진입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애완동물과 관련된 이야기들이나 한국에서 찍은 영화가 거의 없다는 것도 이상하다. 물론 외국에는 개를 주인공으로 삼은 영화들이 적지 않다. 유명한 벤지가 대표적이다. 이 이야기는 그 비어있는 공간을 채우려고 한다.
2007년 9월 어느 날, 아내에게서 갑자기 연락이 온다. 딸아이가 유기견 한 마리를 집에 데리고 들어오겠다고 한다. 친구랑 상암동에 갔는데, 태어난 지 얼마 안 되는 유기견 한 마리가 거리에서 떨고 있어 마음 아퍼한다는 것이다. 내가 놀라서 바로 딸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은채야, 엄마한테 대강 이야기를 들었다.”
“아빠, 강아지가 아주 귀여워. 불쌍해 보이기도 하고. 우리 이 강아지 키워 보면 안될까?”
부탁하는 말인데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린 듯하다.
“은채야, 안돼. 개를 들이는 것은 쉬워도 그 개를 키우는 문제는 전혀 달라.”
“아빠, 걱정마. 내가 키울게.”
말은 그렇게 해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완강하게 반대를 하니까 은채가 거의 애원 조로 부탁한다.
“아빠, 그러면 1주일 정도만 우리 집에 두자. 그 이후에는 이 강아지를 키워줄 수 있는 친구를 물색해 볼게. 지금 떨고 있는 강아지가 너무 불쌍해 보여”
이렇게까지 부탁하는데 무조건 반대만 할 수도 없다. 하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