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느니 장독 부신다?

살구꽃
살구꽃 · 장면의 말들에 귀를 모아봅니다.
2024/07/30
꼬끼오오~~ 꼭끼오오~~
긴꼬리오색닭 - by살구꽃

닭울음소리가 연이어 들린다. 새벽도 아니고 오전 11시쯤에 고등학교에서 닭소리를 듣다니. 근처 어디서 닭을 키우나? 남편이 학교 방문일지를 작성하는데 남편후배 D가 나타났다. 
   
오 마이 갓! 당신이 정녕 D란 말이유? 십여 년 전에 만났던 D는 머리가 어깨까지 내려온 장발 군살 없이 다부진 체구에 다소 까다로운 인상의 역사 선생이었는데, 시간이 훌쩍 지나 지금 우리 앞에 D는 60대 신중년의 로맨스그레이가 되었다. 살이 붙고 키는 더 커보인다. 배도 나왔다. 
   
학교는 방학이다. 퇴직을 한 달 앞두고 모처럼 D가 우리부부를 호출했다. 중학교와 같이 사용하는 텅 빈 교정을 가로질러 교장실로 가는데 해가 따갑다. ‘교장실’ 응접실에 얼음이 동동 떠 있는 매실차 세 잔이 놓였다.

 “머리가 깔끔해지셨네요. 교장선생님이라 자르셨어요?

D가 머쓱한 표정으로 자기 머리를 매만졌다. 
   
“아, 그때 제가 좀 아팠어요. 뒷머리가 자라면서 뒷목에 보온이 됐거든요. 교장과는 상관없습니다. 하하”

D의 말을 듣고 겉모습만 보고 말한 게 미안했다. 속사정도 모르면서. 그는 지금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그동안 그의 아내도 갑상선암이었고 고비를 넘기자 위암이 찾아왔단다. 암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 초기의 미미한 정도라고 말하지만 그래도 어찌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있으랴.

“퇴직하면 뭘 해?”

남편이 묻자 D가 웃으면서 말한다.

“나 아무것도 안하려고 하는데 사람들이 저를 만나기만 하면 그렇게 물어봐요. 퇴직하면 뭘 할 거냐고”

긴꼬리오색닭이 살고 있는 학교 안의 '꼬꼬방' -by살구꽃

학교 근처에 혹시 닭을 키우냐고 물었다. 내 말에 D가 반색을 한다. 할말이 많은 것 같다. 닭은 학교에서 키우는 데 이름이 ‘긴꼬리오색닭’이란다. 꽤 ‘귀한’닭인데 이 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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