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치킨전 ㅣ옥수수로 시작해서 옥수수로 끝나는 이야기
2023/09/01
영화 << 집으로 >> 에서 시골 외딴집에 사는 외할머니는 도시에서 온 손자가 밥을 안 먹는 바람에 속앓이를 한다. 할머니가 손자에게 먹고 싶은 게 뭐냐고 묻자 손자는 손짓, 몸짓, 말짓을 모두 동원하여 켄터키가 고향인 닭에 대해 말한다.
이마 위에 한손을 올리고는 닭벼슬 흉내도 내고 양손을 겨드랑이에 바짝 붙인 후 파닥파닥 날갯짓도 흉내를 낸다. 할머니, 꼬꼬댁. 파닥파닥, 알지 ? 그날 할머니가 손자 앞에 내놓은 것은 " 물에 빠진 닭 " 이었다. 노란 치킨을 원했던 손자는 하얀 백숙을 보자 밥상을 뒤엎는다. 짭쪼름한 천하장사 소세지를 달라고 했더니 닝닝하고 쓴 맛이 강한 도라지를 내놓은 꼴이다. 손자는 " 도라지처럼 토라져 " 입이 댓 발 나온다. 손자 입장에서 보면 닭과 치킨'은 둘리처럼 요리 보고 조리 봐도 전혀 다른 음식'인 것이다. 저개발의 시대를 관통했던 할머니에게 닭 요리는 곧 백숙을 의미했다.
그 시대에는 거의 모든 고기를 물에 익혀 먹었던 시대였다. 가족 구성이 대가족 형태이다 보니 귀한 고기'로 많은 사람이 고기 맛을 맛보기 위해서는 국물로 요리를 내는 수밖에 없었다. 60년대와 그 이전이 " 물에빠진 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