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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받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책을 쓴 이유

최지수
최지수 인증된 계정 · 전세지옥, 선상일기 저자입니다.
2023/11/08
alookso 유두호
 

1991년생 최지수입니다. 월세 30만 원을 아끼려다 하루아침에 전세사기로 전 재산을 잃었고요. 실제 경험이 담긴 책 『전세지옥』를 썼고 현재는 원양상선 승선 훈련 수료 후 승선 대기 중에 있습니다. 한 달 후면 승선하는 예비 선원입니다. 
 
지난 10월 14일 ‘전국 전세사기, 깡통전세 피해자 집중 집회’가 열렸습니다. 이 집회의 주제는 ‘전세사기 문제,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였습니다. 사실 집회에 참여했을 때, 저의 전셋집 경매는 이미 낙찰됐고 사건이 종결됐기 때문에 더 이상의 구제를 받기 힘들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쓰면서 농축된 제 울분을 어딘가에는 성토하고 싶어 집회에 참여했습니다. 여러 사람들 앞에서 전세사기에 관해 발언하는 건 처음이었기에 멋지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앞 차례에서 발언하시는 분들의 처절하고 절절한 사연을 듣느라 대본이 머릿속에서 증발됐습니다. 제 슬픔과 그분들의 슬픔이 곱해져 슬픔의 구렁텅이에 빠진 상태로 발언을 시작했습니다. 절대 울지 않으려고 다짐했지만 결국 저는 발언 도중에 울어버렸습니다. 
 
오랜 꿈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조종사입니다. 제가 전세사기를 당한 돈은 조종사 훈련을 받기 위해 어렵게 모았던 돈이었습니다. 스물 아홉 살이 되던 2020년, 생애 첫 대출인 청년버팀목전세자금대출을 받아 천안시 두정동에 첫 전셋집을 마련했는데 그 돈을 사기를 당했습니다. 목돈을 쓰는 일이라서 부모님과 부동산 공인중개사인 큰아버지에게 문의하며 신중을 기했지만, 1년 뒤 해외취업 프로그램의 면접을 치르고 귀가했다가 경매 통보서를 받으면서 같은 건물 세입자 40여 명과 함께 전세사기 피해자가 되었습니다. 
 
전셋집은 1004호였습니다. 그러나 이 집의 주인은 사기꾼, 경제적 살인자였습니다. 사기를 친 살인미수범 덕분에 저는 죽음의 문턱까지 가봤습니다. 실제 옥상 난간에도 올라가 봤어요. 사기를 당하고 돈을 벌기 위해 초밥집과 횟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고 마트에서 라면을 살 때도 고민해야 했고, 행정복지센터에 긴급생계지원금을 신청하러 갔다가 동정을 얻어 신라면 스무 개를 받기도 했습니다. 전혀 상상하지 않았던 일, 소설 같은 일이 제게 펼쳐졌고 원고를 쓰는 시간은 제 뼈와 살을 가지고 조각하는 기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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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를 당했고 그 피눈물 나는 820일의 기록을 책으로 적었습니다. 그 책의 목소리가 붕괴돼버린 전셋법 개정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길 바랍니다. 그 후, 꿈을 이루기 위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배를 탔고 선상에서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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