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냄새
2022/03/31
정확한 나이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날의 공기 냄새는 또렷이 기억한다. 아슴아슴한 안개가 피어오르고 이내 봄비가 내렸던 겨울의 끝자락이었다.
국민학교 봄방학이 끝나기 전 나를 비롯한 사촌 형 누나들이 외갓집에 모여들었다. 곤충 채집 같은 방학 숙제를 완수하기에는 외할아버지가 살고 계신 시골 외갓집이 딱이기 때문이었다. 서로 형제 자매 지간인 우리네 부모님들은 간만에 만나 우애를 다져 좋고, 우리는 외할아버지가 직접 재배한 쌀로 만든 따뜻한 밥과 외할머니의 청둥오리탕 요리가 좋았다.
봄비가 내려 풀 내음이 진동했던 그날은 왠지 더 숲속에 있는 것만 같았다. 배가 띵띵 차오른 나와 사촌 형누나들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듯 외할아버지 주변에 드러누웠다. 감자나 고구마, 사과 따위를 집어 들고 뒹굴뒹굴 거리며 외할아버지가 들려주실 귀신 이야기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국민학교 봄방학이 끝나기 전 나를 비롯한 사촌 형 누나들이 외갓집에 모여들었다. 곤충 채집 같은 방학 숙제를 완수하기에는 외할아버지가 살고 계신 시골 외갓집이 딱이기 때문이었다. 서로 형제 자매 지간인 우리네 부모님들은 간만에 만나 우애를 다져 좋고, 우리는 외할아버지가 직접 재배한 쌀로 만든 따뜻한 밥과 외할머니의 청둥오리탕 요리가 좋았다.
봄비가 내려 풀 내음이 진동했던 그날은 왠지 더 숲속에 있는 것만 같았다. 배가 띵띵 차오른 나와 사촌 형누나들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듯 외할아버지 주변에 드러누웠다. 감자나 고구마, 사과 따위를 집어 들고 뒹굴뒹굴 거리며 외할아버지가 들려주실 귀신 이야기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처녀 귀신 너댓이 강강술래를 하고 있었지”
침이 꼴깍. 외할아버지가 상황을 자세히 묘사할 때면 모두들 입이 바짝바짝 말랐다. 논에서 피를 뽑고 막걸리를 대차게 들이켰는데 아 글쎄 어둑어둑한 밤이 다 됐다는 것이다. 밤바람이 외할아버지에게 팔랑 불어오면 덜미에 써늘했다고 하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