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 이름표를 떼기 위해 떠나는 여행
여행은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자'가 되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사회적으로 나에게 부여된 정체성이 때로 감옥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많아지면서, 여행은 내가 누구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를 잠시 잊어버리러 떠나는 것이 되어가고 있다.
<여행의 이유_ 김영하>
몇 해 전 오랜 시간 이방인으로써 세계를 떠돌았던 경험이 있습니다. 긴 여행에서 돌아온 후 한국 사회조직의 일원으로 다시 살아가는 동안에도 늘 마음 한 켠에 여행에 대한 애틋함이 자리잡고 있었는데요.
한국 사회에 다시금 젖어드는 시간 속에서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이 사회에서 나는 누구인지를 고민하는 시점이 점차 늘어갔고, 때로는 불공평하고 비효율적인 상황들을 맞닥뜨릴 때마다 참을 수 없는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