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할 생각 없습니다만.

조각집
조각집 · 밝고 긍정적이지 않아도 괜찮은 삶.
2022/11/17
실업계 고등학교 재학생들에게 '수학 능력 시험'은 어떤 것일까? 울산이라는 지방 출신에 실업계 고를 졸업한 나에게는 적어도, '아무 의미 없는 시험' 이었으며, 서른을 넘은 지금까지도 수능을 치르지 않은 것에 아직까지는 큰 지장은 없다. (실업계 고 재학생이라 하여 무조건 수능 응시를 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보편적인 실업계 고 졸업생은 치르지 않는 수능에 대한 글을 적어보려 한다.)

나의 고3은 내 인생에서 아마 가장 행복했던 시간들이 아닐까 싶다. 하교 후 친구들과 온 에너지를 다 써가며 놀아도 집에 오면 9시-10시였다. 가족들과 늘 저녁을 먹었으며 그때 나눈 대화들은 아직도 나의 삶에 큰 기둥이 되어준다. 담임 선생님 임신 축하 기념으로 우리 반만 태교음악회를 개최하고 며칠 밤을 새우며 노래와 악기 연습을 했다. 취업을 위해 우리끼리 자소서를 적고 돌려보며 다듬기도 하고 무시무시한 면접관들 앞에서 덜덜 떨며 면접을 보기도 했다. 그 누구도 공부 때문에 죄책감이나 열등감을 가지지 않았다.

실업계 고 졸업에 수능 미 응시자의 지금 수입? 직장인부터 자영업을 하기까지 천차만별이지만, 제일 많이 벌 때를 생각하면 고정지출 및 세금을 다 제하고서도 월 순이익 금액 앞자리가 4자리가 될 정도까지 벌었다. 코로나며 금리며 저 수입은 지금은 옛말이 되었지만, 그래도 그만한 돈을 벌어봤다는 경험이 있다 보니 그다지 겁은 나지 않는 것 같다. 누군가에겐 적당한 수입 일수도, 누군가에겐 터무니없는 수입일지 모르지만, 내 기준에서 이 정도 수입이면 그다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행복과 부의 기준이 고학력이라 믿는 이들에 비해 수능 스트레스가 1도 없던 학창 시절을 보낸 나에게만큼은 말이다.

혹시 나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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