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빈
이철빈 인증된 계정 · 전세사기 피해자 전국대책위 공동위원장
2023/03/21
※ 본 글은 전세 엑소더스 4편의 후속편으로, 전세사기 당한 이후의 솔직한 심경과 집주인의 죽음 전후 벌어진 일들을 다룹니다. 
 
2022년 4월~9월, 마음 추스르기
전세사기를 당한 후, 마음을 추스르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 도움받을 길이 없다는 걸 알게된 후 2~3개월은 속으로 끙끙 앓으면서 보냈다. 평소에도 어려움을 겉으로 표현하는 편은 아니라 어디 풀어내지는 못하는데, 혼자 감당하기는 너무 버거운 일이었다. ‘조금 더 알아보고, 기다릴걸.’ 왜 그리도 서둘렀나 싶은 자괴감에 밤마다 몸서리쳤다. 나름 알아본다고 알아보고, 열심히 준비했는데, 결국 내 미래가 수렁에 빠져버리고, 추후 이사나 결혼 등도 백지화된 상황이니까 막막했다. 가족들이 보태준 돈과 내가 몇 년동안 애써 모은 돈 9천만원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게다가, 만약 집주인이 돌려주지 않은 보증금 때문에 1억이 넘는 대출을 갚지 못한다면? 신용불량자가 되어 경제적 사망선고를 받는것도 배제할 수 없었다. 수만가지 부정적인 가능성이 싹을 틔우고, 무럭무럭 자라 나를 압도했다. 
 
그러다가 마음을 고쳐먹은건, 내가 걸어온 삶의 여정과 그 때 함께했던 보이지 않는 보호의 손길, 그리고 주변 사람들 덕분이었다. 삶을 돌이켜보면 크게 잘못될 수 있었지만, 다행히 무사했던 아찔한 기억들이 스쳐지나갈 때가 있다. 운전하다가 가까스로 인명사고를 면했다거나, 간절히 잡기를 원했던 기회를 어이없는 실수로 날렸는데 알고보니 붙잡았으면 큰일날 일이었다거나. 그런 상황에서도 살아남은 끝에 지금 이 자리에 오게 되었지만, 그건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어쩌면 우연일수도, 아니면 누군가의 계획일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있는 입장에서는 이런 모든 고난들이 결코 반갑지는 않아도 먼 훗날에 돌이켜볼 때, 나름의 의미가 있을거라고 믿고,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을 잘 살아내는 것이 내게 주어진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나의 어려움과 눈물을 공유했을 때 주변의 가족과 친구들, 지...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2022년 하반기에 사망한 1,500채 빌라사기꾼 김대성의 전세사기 피해자이며,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온전한 일상회복과 부동산 시장의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24
팔로워 112
팔로잉 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