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비싼 불량품, 한국 아파트

박하
박하 인증된 계정 · 배낭여행자
2023/07/05

새로 집을 구한 친구의 집에 놀러갔다. 민망하게도 침대를 빼면 앉을 곳도, 발 디딜 틈도 마땅치 않았다. 작은 공간을 넓게 쓰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느낌이 가득한 작은 공간. LH의 청년임대주택이었다. 옆 집의 소리가 그대로 들리는 것을 신경쓰고 있는 모습이 들켰는지 친구는 말했다. 이 정도면 괜찮은 이웃을 만난 거라고. 어찌되었든 집은 작았지만 임대료가 저렴했다. 괜찮은 집을 구할만큼의 목돈 모을 시간을 견디며 고시원보다 나은 정도의 생활을 지낸다는 것. 그게 이 건물의 목적이었다.

건축에 대하여 많은 것을 알지는 못하지만 건축학도가 나오는 방송을 보고 어째서 층간소음이 많은지는 알았다. 위아래의 두께보다 벽과 기둥의 두께가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규제보다 앞서 보다 많은 공간을 확보하고 싶어하는 입주자들의 특성 상, 보여주기에 ‘넓어 보이는’ 공간이 중요하다는 요지였다. 인간이 삶을 위하여 밥과 옷보다 중요한 건 자고로 집인 듯 하다. 부동산 불패신화가 옛말이 되지 않듯이.


https://youtu.be/Ybr_LbienUk


아파트에 구겨넣어지는 삶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최소 범위의 공간은 어떻게 될까? 내 한 몸 누일 곳이라면 텐트로 충분하다. 하지만 삶이 어디 그렇던가. 몸을 펼 너비라면 고시원이 애달프진 않을 거다. 인류는 용적률을 높이는 아파트를 선택했다. 공동 주택은 소비자의 사고가 끼어들 틈이 없다. 개인의 니즈를 충족하는 건 인테리어에 국한되어 기껏 자신의 집 내부만 꾸밀 수 있을 뿐 공유하는 공간의 형태는 별 수 없이 수긍해야 한다. 집 안의 자유도가 보장되는 게 어디냐 싶겠지만, 공급자들이 관례처럼 조성하는 건축물에서 정말 소비자들이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곳은 ‘소음’과 ‘안전’이다. 제각기 넓고 좁은 집의 수요가 있는 바, 공간의 너비는 개인의 선택일 뿐이지만 거주자가 공급자에게 요구할 수 없으며 오롯이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 앞서 말한 소음과 안전이기 때문이다.

소음에 대해 먼저 이야기 해보자. 내 몸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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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 저 곳을 떠돌며 살고 있습니다. 아직 어느 곳에도 주소지가 없습니다. <아무렇지 않으려는 마음>, <워크 앤 프리> 두 권의 책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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