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포기하는 시대, 행복한 부부로 살아남기] 04. <며느라기>를 보고 자란 세대 : 고부관계에 대하여
2024/05/07
시월드. 결혼을 앞둔 여성들에게 이보다 두려운 단어가 있을까.
최양 역시 결혼 전, 먼저 결혼한 여성 지인들에게 지겹도록 들었던 말이 있었다.
“시댁에 처음부터 잘하려고 하지 마라.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
“시댁 가서 주방 들어가지 마라. 들어가는 순간 평생 니 거다.”
“넌 잘 해 봤자 며느리고 남편은 못 해도 아들이다.”
왜 모르겠는가. 프롤로그에서도 말했듯, 최양은 결혼에는 일평생 긍정적이었지만 결혼의 사은품으로 딸려올지 모르는 것들에는 두려움이 컸다. 그 중 큰 지분을 차지한 것이 바로 시월드였다. 나에게 일어날지 안 일어날지도 모르는 이 공포에 대해 이토록 큰 두려움을 갖게 된 데는 앞서 언급한 기혼자들의 경험담이 크게 한 몫 했고, 온갖 매체의 영향도 크다.
대한민국의 결혼 제도가 여전히 가부장적임을, 그 안에서 여성들에게 얼마나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상황들이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줘 큰 파장을 불러왔던 웹툰이 있었다. <며느라기>라는 작품이다. sns를 통해 연재 되었던 이 만화는 한 마디로, 평범한 여성 ‘민사린’이 결혼 후 ‘며느라기’라는 새로운 지위(?)를 얻으며 달라진 일상을 ‘시댁과의 갈등’에 초점을 맞추어 그린 만화다.
최양은 오랜 시간 ‘고부갈등’이 가정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갈등 중 가장 아이러니한 갈등이라고 생각했다.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 형제간의 갈등이 ‘존재 할 수 밖에 없는, 매우 자연스러운’ 갈등이라면, 고부갈등은 심하게 표현하자면 ‘가부장제 안에서의 노예끼리의 갈등’ 같은 거니까. 가부장제의 가장 큰 희생양이라고 할 수 있는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서로 의지하고 연대하지 못 할망정 증오하다니. 가부장제의 희생자가, 자신이 겪은 피해를 대물림해 희생자를 재생산하는 모양새라니. 이 얼마나 슬프고도 이상한 갈등이란 말인가.
물론 ‘노예끼리의 갈등’이라는 극단적 표현은 조선시대에나 해당되는 말이지만, 우리 사회가 가부장제에서 완벽히 벗어낫다고 말 할 수도 없다. 더구나 지금의 5060 여성들은 오랜 시간 가부장적인 가족문화 ...
글은 써도 괴롭고 안 써도 괴롭기에, 쓰는 길을 택했습니다.
낮에는 글을 쓰고 밤에는 폴댄스를 가르칩니다.
모험이 없는 삶은 지루하다고 느끼지만 한 사람과 10년간 연애 후 결혼에 골인했습니다.
진짜 본업은 본가에 있는 10살, 8살 고양이 집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