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학교를 그만둡니다> : 자기만의 길을 찾아가는 학교 밖 청소년 이야기

신승아
신승아 · 삐딱하고 멜랑콜리한 지구별 시민
2023/09/03

나는 말 잘 듣는 학생이었다. 머리를 묶으라면 묶었고, 자르라면 잘랐다. 잔병치레가 잦아 종종 결석은 했어도, 지각은 한 번도 한 적 없었다. 공부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숙제는 꼬박꼬박 해갔고, 조별 과제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종례 전, 청소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쓸고, 닦고, 문질렀다. 아이들은 가끔씩 그런 나를 보고 "신데렐라가 따로 없다."면서, 장난삼아 놀려댔다. 

학교는 꿈을 가르쳐주지 않으면서, 지나치게 꿈을 강요했다. 내가 잘하는 건 무엇이고 어떤 삶을 원하는지 알지 못했기에, 1년에 한 번씩 직업들을 바꿔가며 장래희망 기재란에 입력했다. 시간에 휩쓸려 살다 보니 어느덧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었다. 전문계 고등학교와 일반계 고등학교 중 어느 곳에 진학할지 결정해야 했다. 고민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했건만, 자꾸 머리가 지끈거렸다. 학교 밖에서 길을 찾고 싶다는 불순한 욕망의 불씨가 지펴진 건 그때부터였다. 나는 학교 따위 엿이나 먹으라며 소리치고 싶었다.

현실이 욕망을 짓눌렀다. 남들처럼 뺑뺑이를 돌려 집 근처 일반계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열심히 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던 육신은 얼마 가지 않아 산산이 부서졌다. 우울증이 악화됨에 따라, 툭하면 눈물이 흘렀고 심한 두통과 함께 잠이 몰려왔다. 소화불량으로 인한 구토, 생리 불순이 생겼다. 질병쯤은 의지로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은 미련한 착각에 불과했다. 나는 나를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열여덟이란 나이가 으레 그렇듯, 엉뚱한 꿈을 꿨다. 나를 학대하지 않으면서도 지적 목마름을 양껏 채워줄 수 있는 곳으로 훌쩍 떠나고 싶었다. 현실은 시궁창이라 그럴 수 없다는 걸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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