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 읽고 말하다
얼마전 소설가 김영하의 TED 강연 영상 '예술가가 되자, 지금 당장!'을 보았다. 소설가라고 하면 과묵하거나 눌변이리라는 편견이 있던 내겐 그야말로 신선한 발견이었다. 물론 김영하가 소설가 말고도 교수, 라디오 DJ, 팟캐스트 진행자 등으로 활약하며 다양한 재능을 보여줘 왔다는 사실은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긴 시간 강단 위에 서서 때로는 웃기고 때로는 가슴을 울리며 청중을 휘어잡는 모습을 보며 그가 물건을 팔았다면 내 살림은 거덜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다행히 그는 소설가이고, 현재 내 인터넷서점 장바구니엔 그의 책이 가득하다).
김영하가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강연, 대담 또는 인터뷰를 모은 책 <말하다>를 읽었다. 말 잘하는 작가라는 걸 알고 있는데도 좋았다. 말만 좋은 것이 아니다. 강연, 대담 또는 인터뷰를 그냥 엮기만 한 것이 아니라 저자가 직접 주제를 정하고 주제에 맞는 말을 갈무리해 엮은 책이라서 생각외로 깊이가 있고 내용이 깔끔하게 연결된다. 이십 년 가까이 한 강연, 대담, 인터뷰를 정리한 수고도 대단하지만, 이십 년 가까이 소설과 문학, 창작 같은 심오한 주제를 최전선에서 고민하며 자신만의 답을 내기 위해 노력해온 노고도 굉장하다.
문학은 성공하는 방법은 가르쳐줄 수 없지만 실패가 그렇게 끔찍하지만은 않다는 것, 때로 위엄 있고 심지어 존엄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그러니 인생의 보험이라 생각하고 소설을 읽어라. (p.21)
저자는 먼저 오늘날 책을 읽고 글을 쓴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말한다. 사인회 같은 자리에서 저자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몇 년째 취업 준비를 하는 상황 속에서도 책을 놓지 않는 젊은 독자들을 보면서 '그들이 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