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하루 ㅣ 하정우와 효도르

악담
악담 · 악담은 덕담이다.
2024/03/27
멋진 하루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이야기다.  약속 장소에 나갔더니 차 유리가 검은 코팅이 된 검은 색 그랜저'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 당시에는 그랜저가 출세한 남자를 상징하는 오브제'였다. 그랜저의 경적이 가볍게 울렸다. 나에게 보내는 신호 같기에 다가갔더니 창문이 열리면서 오늘 만나기로 했던 그녀가 운전석에 앉아 있었다. " 타세요 ! " 내가 차 안을 두리번거리며 구경하자 여자는 말했다. " 아빠 차예요. " 

차가 멈춘 곳은 외진 곳에 넓은 정원이 있는 한정식집이었다. 한눈에 봐도 고급 요리집인 모양이었다. 그녀는 자리에 앉자마자 이곳이 정치인이 자주 찾는 곳이라고 귀뜸을 해주었다. 그녀의 직업은 조리사로 청와대 조리부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이 요리집에는 메뉴판은 있으나 가격 표시는 없었다. 가격 보고 요리를 정하는 식당이 아닌 모양이었다. 그날 먹은 요리는 한상차림이 아니라 한정식 코스 요리여서 종업원이 들락날락거렸다.
촌놈인 내가 이런 자리에 앉아 있으니 여간 불편한 자리가 아니었다. 그녀는 직업 정신을 발휘해서 최고급 요리에 대해 일장 연설을 늘어놓았지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술 한 잔 사겠다는 제안에 선뜻 응했더니 이렇게 부담스러운 장소인지는 몰랐다. 대접이 고맙기는커녕 불쾌하기까지 했다. 그녀가 계산을 할 때 엿들은 바로는 음식값으로 대략 30만 원 정도가 나온 모양이었다. 나는 깜짝 놀랐으나 태연한 척 내색은 하지 않았다. 당시, 나는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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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호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 악담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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