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는 펭귄드럼> - 분명 아무것도 될 수 없는 너희들에게 고한다
2024/06/03
나는 오타쿠성이 자랑스럽지만, '덕밍아웃'은 꺼린다. 오타쿠와는 대화가 안 통할 때가 많다. 내가 좋아하는 애니는 <Sonny Boy>나 <망상대리인> 같은 '홍대병 컬트'다. '작품성'을 추구하는 오타쿠들의 명작 <신세기 에반게리온>, <슈타인즈 게이트>, <바케모노가타리>엔 자신이 없다. 중고등학교 시절엔 안티 페미니스트였고, '진짜' 오타쿠였다. 당시 '명작 애니' 순위를 매기는 문화가 있었고, 나 또한 여러 '명작'을 섭렵했다. 여전히 내 왓챠 계정엔 별점 4개 이상인 작품이 많지만, 다시 보면 미소지니에 분개하지 않을까 싶다. 당시에도 '뽕빨' 연출엔 공감하지 못했고, 따라가기 힘들었다. 이제는 이해하고, 입장도 있다. 덕분에 애니메이션에 까다로워졌다. 이쿠하라 쿠니히코는 진입장벽이 높다. <돌아가는 펭귄드럼>은 추천하기 힘든 작품이다. 아방가르드 뱅크씬에 모에를 섞어 어지럽고 유치하며 피곤한데, 성적 대상화인지 소수자의 시각인지 갈피조차 안 잡힌다. 구도가 복잡하다는 의미에서 정치적으로 올바르고, 골치 아프다. 게다가 추종자들의 열기가 현기증을 유발한다. 특히 <소녀혁명 우테나>는 서울대에 연구 문집이 있다며 끝도 없이 숭배된다. 애니메이션은 당연히 연구 대상이니 설득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