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를 살아가는 일 : 잘하면 유쾌한 할머니가 되겠어(2023)

김터울
김터울 · 연구자, 활동가, 게이/퀴어.
2023/07/31
무섭도록 적확하게 솔직한 책이다. 가령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대목은 성확정수술 후 재건된 질의 확장을 위한 다이레이션 작업이었다. 이 다이레이터는 질폐쇄증을 겪는 이성애자 여성도 쓰는 보조 기구다. 그 과정에서 겪는 끔찍한 고통의 재현 이상으로, 재건된 질의 깊이가 '남성 평균'의 성기 사이즈로 간주된 15cm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정해졌다는 대목이 소름끼친다. 트랜스 여성의 몸을 집요하게 헤집는 남성성 권력의 존재를 어려운 용어 하나 없이 이렇게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글도 드물다.

트랜스젠더 당사자가 살면서 남·녀 이원 젠더 규범에 얼마나 시달리는지에 대한 내용도 책의 큰 축을 차지한다. 그런 점에서 여러 모로 비벡 슈라야의 <나는 남자들이 두렵다>(2023)가 떠오른다. 사실 트랜스 당사자, 혹은 버틀러를 비롯한 퀴어이론가 중에 트랜스젠더/퀴어가 무슨 이원 젠더를 초탈한 존재라고 설명한 경우는 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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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조건을 묻다』(숨쉬는책공장,2015), 『세상과 은둔 사이』(오월의봄,2021), 『불처벌』(휴머니스트,2022,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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