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는 왜 한자 표기를 고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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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17
조선일보 캡처
🖋 에디터 노트
국내 대표 일간지 <조선일보>가 지면에서 한자 표기를 잘못해 논란이 됐습니다. LG트윈스 우승 관련 기사 제목 중 恨(한할 한)을 적어야 할 곳에 韓(나라이름 한)을 적었기 때문입니다. 기사가 나간 직후 온라인에서 “LG 우승韓 거 失火냐”라는 풍자나, “<조선일보>는 이 정도 한자도 모르면서 왜 굳이 한자 혼용을 하는지 모르겠다”라는 지적이 잇달아 나왔습니다.

기사에 한자를 잘못 표기한 실수는 <조선일보>에서만 있던 일이 아닙니다. 이번 논란이 가벼운 해프닝인지, 혹은 사회 변화에 따라 생긴 문제인지 얼룩소가 한국사회언어학회장 허재영 단국대 교육대학원 교수, 한국한문교육학회장 김우정 단국대 한문교육과 교수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뉴스 보도에 한자를 사용하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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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의 LG트윈스 우승 인터뷰 기사에서 잘못 사용된 한자는 수정됐지만, 비슷하게 잘못된 한자가 나간 보도는 종종 있었습니다. 올해 4월 YTN은 우리나라를 韓이 아닌 漢으로 표기한 기사 제목을 내보냈습니다. 당시 나간 기사 제목은 “漢, 미국에 포탄 대여”와 “日 ‘독도 관련 漢 항의 받아들일 수 없어’”였습니다. 몇 년 전에는 KBS가 “고(故) 변희수 하사”를 “고(高) 변희수 하사”로 표기한 제목의 기사를 낸 적이 있습니다.

트위터 화면 캡처
🧑🏻 황당한 한자 표기 실수가 계속 나오는 이유가 뭘까요?

💬 허재영 한국사회언어학회장•단국대 교육대학원 교수
이번 사건은 기자가 한자를 모르기에 생긴 것으로 보입니다. 한자 교육이 안 돼 있고, 사용할 능력도 없는 사람들이 쓰니까 문제가 생긴 것이죠. 한자를 안 써도 될 상황에 한자를 써서 오용이 생긴 경우로도 볼 수 있습니다.

💬 김우정 한국한문교육학회장•단국대 한문교육과 교수
기초적인 한자조차도 배울 기회를 잃었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 아닌가 싶어요. 한자가 입시에서도 기능을 못 하니까 사람들이 관심을 안 가집니다. 과거에는 국어의 일부로 다뤄졌어요. 학력고사 시절 국어 문항 4개 중 1개는 한자와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국어의 일부로서 다뤄진 겁니다. 거기에서 선택 과목이 되고 입시에서도 별도로 취급이 되면서 점점 영향력이 축소되고 외면받게 된 것이죠. 교육과정이 변하면서 교육의 다양성이 많이 축소됐고 그 안에서 기초적인 한자조차 교육이 안 됐습니다.


🧑🏻 언론이 필요 없는 상황에서 한자를 사용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 허재영 한국사회언어학회장•단국대 교육대학원 교수
종종 언론에서 의도해서 의미를 비틀어, 원래 사용해야 하는 한자가 아닌 다른 한자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동음이의어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제목 디자인 때문에 한자를 쓰기도 합니다. 상업성과 연결된 부분도 있을 수 있고요.

💬 김우정 한국한문교육학회장•단국대 한문교육과 교수
한자가 장식처럼 취급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장식 정도로만 쓰니 굳이 한자를 섞지 않아도 될 곳에 섞어 우스워지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 것이죠. 또, 지적하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 실수가 반복되고 이상한 표현법 같은 것도 나오는 것이죠. TV 자막이나 광고 문구를 보면 한자도 틀리고 우리말도 망칠 때가 많아요. 가령, ‘생각’을 의미하는 한자는 많지만 활용되는 맥락은 다 다릅니다. 그런데 그냥 사전에 나와있는 뜻만 갖고 쓰는 것이죠.


📌 김선래 씨의 「일간신문의 한글 전용 표기 확대에 대한 연구」를 보면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의 1면 머리기사에서 한글 표기는 1945년만 하더라도 0%였지만, 2020년에는 99.7%로 증가했습니다. 특히, 일간신문의 한글 표기는 군부 독재 시대인 1962~1980년대에 급속히 증가했고, 1966년에는 1면 머리기사의 한글 표기가 50.0%에 도달했다고 합니다. 선거 때 투표에 관심을 가진 비식자층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해 한글 표기를 확대했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국어기본법에 따라 한글 표기가 대중화, 의무화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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