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는 다 그래" 혐한인가 표현의 자유인가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3/11/09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 했다. 빛이 강하면 그림자 또한 짙은 법이다. 외국인을 사로잡는 한류의 바람이 거센 만큼 그에 대한 반감 또한 일어나게 마련이다. K-팝과 K-드라마 등 한류열풍이 거셌던 대만도 예외는 아닌 모양이다.
 
기실 대만의 반한감정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 주도의 미중 간 핑퐁외교, 그 뒤 이어진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은 필연적으로 국제사회에서 대만의 위상을 위협했다. 하나의 중국을 기치로 삼은 중국이 외교 상대국들에게 중국과 대만 가운데 한 나라를 선택하도록 요구했던 것이다. 세계의 공장이며 막대한 소비시장을 갖춘 중국을 무시할 수 있는 나라는 많지 않았고, 상당수 국가가 대만과 국교를 단절하기에 이른다.
 
한국은 1992년 대만과 단교했다. 반공을 기치로 내건 군부독재 기간 동안은 기존 외교노선을 고수했으나, 1990년대에 이르러 급격히 몸집을 키워가는 중국의 중요성을 더는 무시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테다. 다만 이 과정이 지극히 일방적인 통보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대만의 반한감정이 커질 만한 사유는 상당하다. 특히 임시정부 시절부터 중국 국민당과 장제스 초대 총통의 막대한 지원을 받아온 한국이 이 같은 선택을 했다는 점에서 대만의 반한 감정엔 뿌리가 깊을 밖에 없다.
 
▲ 세이 예스 어게인 포스터 ⓒ 팝엔터테인먼트

묘한 반한감정을 느끼게 되는

여기에 한국이 경제적으로 급성장해 대만 경제의 수준을 초월했고, 스포츠와 예술 등 다양한 부문에서 대만을 압도한 점도 반한감정이 확산되는 데 영향을 미쳤다. 뿐만 아니다. 대만인 가운데선 한국이 공자나 쑨원 같은 중국 위인이 한국인이라고 주장한다거나, 한자가 한반도에서 유래했다고 이야기하고 가르친다는 식의 풍문을 믿는 이가 적지 않다. 한국인들은 다른 이의 것을 빼앗기 좋아한다는 평가 또한 자주 따라붙기도 한다.

요 근래 중국과 관련한 뉴스 댓글에서 흔히 마주하는 중국인 전반에 대한 극도의 부정적 평가를 마치 사실인 양 믿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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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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