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삶은 없다.
2023/04/25
대학시절 을지로에 있는 인쇄소를 부리나케 다닌 적이 있다. 출석하고 있던 교회의 계간지도 만들고 다양한 프린트물을 제본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 때 편집하는 방법도 배우고 종이를 추스르는 기술도 배웠다. 여기서 종이를 추스른다는 것은 종이 사이에 공기를 넣어주는 작업을 말한다. 여러 종이가 인쇄기에 한꺼번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1장씩 인쇄기에 들어갈 수 있도록 종이 사이에 공기를 넣어 주는 것이다. 그 때 종이를 추스르면서 가끔 갸우뚱했다. 내가 인쇄공이 될 것도 아닌데 이것까지 배워?....
그리고 약 10년 후에 우연한 기회가 되어서 어린이 교재를 출판하게 되었다. 그런데 갸우뚱했던 기술이, 나에게 큰 쓸모가 있을까 생각했던 경험이, 어린이 교재를 출판하는데 중대한 역할을 하였다. 그래서 나는 즐겨 말한다. ‘버려지는 삶은 없다.’
지나가는 에피소드; 어린이 교재가 출판되어 서점에 진열되었을 때 나는 일부러 시간을 내어서 종로서적과 교보문고를 찾았다. 그리고 숨어서 보았다. 누가 내 책을 보기는 하는지, 팔리고는 있는지, 혹시 출판사에 민폐를 끼친 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