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서 "그러게."의 용도

정지우
정지우 인증된 계정 · 문화평론가 겸 변호사
2023/08/14
아내는 내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이 '그러게'라고 했다. 아이가 "아빠는 맨날 '그러게'만 해."라고 하는데, 아내는 옆에서 "그러게도 나름 좋은 말이야."라고 알려주었다. 그러게 말이다. 어지간한 상황에서 '그러게'만 해도 반은 간다. 사회 생활을 할 때도 '그러게 말이에요.' 하나만 잘 장착하면, 나름대로 나쁘지 않은 소통을 할 수 있다. 

"그 사람이 나한테 그렇게 말한 거 있지. 너무하지 않아?" 아내의 말에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까? "그러게." "그치, 너무하지?" "그러게 말이야."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더 격렬한 반응을 원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시작은 역시 '그러게'여도 나쁘지 않다. "그러게 말이야. 그 사람 뭐하는 인간이래? 다음번에 내가 만나면 한 마디 해줘야 겠어." 대충 이 정도까지 하면, 상대방은 속으로 흐뭇하게 웃을 것이다. "아니, 그럴 필요까지는 없어." 라고 웃으며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게'는 마술같은 말이다. "맞아."라든지 "정말 그래."같은 동의어보다 훨씬 범용성이 높다. "아빠, 왜 범고래는 상어를 잡아먹을까?" 이에 대해서 "맞아."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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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facebook.com/writerjiwoo <분노사회>,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등의 책을 썼습니다. 현재는 변호사로도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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