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편지46] 랑랑이와 나, 장애에 대하여
2024/02/08
랑랑이와 저는 부쩍 가까워졌습니다.
제가 부르는 소리에 곧잘 대답하고 저를 편하게 여기는 것 같습니다. 가끔 책상 위에 랑랑이를 올리면 자리를 잡고 앉아 오래도록 제가 일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봅니다. 저는 어느새 집에 있는 고양이 마루에게 그러듯이, 랑랑이에게도 저를 ‘엄마’라고 지칭하고 있습니다.
한강편지에서 랑랑이 소식을 전하고 나서 몇몇 분들이 랑랑이를 보러 왔습니다. 간식을 사들고 오거나 쓸만한 물건들을 가져다줍니다. 중랑천에서 보름 동안 굶고 추위에 지쳤던 랑랑이는 이제 먹을 것이 풍족하고 부드러운 깔개와 작은 집도 생겼습니다.
사람들이 랑랑이를 보러 올 때마다 저는 들떠서 말하곤 했습니다. 강가에 버려졌던 고양이를 구조한 거라고, 쓰레기처럼 갈대 덤불 속에 방치되어 있었다고, 발견한 당시 등가죽과 뼈가 붙어 있었다고 말이죠. 사람들은 랑랑이를 어루만져 주거나 간식을 내주면서, 어떤 인간이 이런 예쁜 고양이를 버렸나, 몹쓸 사람이다, 발견하고도 그대로 방치한 노인은 또 뭔가 하며 연민의 마음을 보입니다.
하루는 이런 제 자신이 경솔하고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린 시절 들었던 황희 정승과 농부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황희가 길을 가다가 소 두 마리를 데리고 밭을 ...
강의 생태를 가꾸고 강문화를 만들어가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에서 일합니다. 읽고 쓰는 삶을 살며, 2011년부터 북클럽 문학의숲을 운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