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가난

박하
박하 인증된 계정 · 배낭여행자
2023/03/30

5년 전 쯤인가, 친구들이 모여있는 단톡방에서 한 녀석이 물어왔다. 현재의 청춘들을 감정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것으로 하겠느냐고. 주로 슬픔에 관한 감정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같은 시대를 관통하는 동갑내기의 친구들에겐 모두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서 청춘의 몫이라고 불리우기엔 너무나 무겁기만 한 탓이었다. 함부로 일반화 되는 걸 원치는 않았지만 그 때 우리의 기저에는 공통된 고통이 있음엔 분명했다. 불행배틀을 하지 말자고 했음에도 어쩔 수 없이 튀어나오는 강박적인 설움. 한참 고민하다 나는 여즉 가슴 속 한 켠에 도사리고 있는 이 감정을 ‘처연함’이라고 적었다.

비수같이 꽂히는 일들이 있다. 그 중 으뜸의 역린은 바로 가난이다. 부보다 가난의 비율이 넓으니 ‘적당한 가난’을 가난으로 쳐 주지 않는 일마저 벌어지고 있다. 마음에 고난이 넘쳐나는 사람은 타인의 고난을 둘 자리가 없다. 가난만으로 가득 차서 타인의 것을 넘보는데도 가난만큼은 넘보지 않는다. 오히려 부를 지닌 자들이 가난을 넘보고 있다. 다채로운 삶에 가난을 보태 더욱 다채롭게 만드려고 한다는 문구를 기억하는가. 지금에야 되새김되고 있는 박완서 작가의 <도둑맞은 가난>은 40년이 지난 지금에도 유효하다. 너무나 유효하여 더 적합한 문장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부를 자랑하지 않으면 그 뿐인 것을, 자신에게 없는 가난을 자랑하기에 이르렀다. 우스운 꼴이다. 결여에서 파생되는 가난을 충족하려고 애쓰는 모양은.

박완서 <도둑맞은 가난> 중.


김새론의 생활고
음주운전 전력으로 연예계에서 밀려난 김새론의 최근 행보 탓에 들끓고 있는 대중의 분노는 살벌하다. 개인의 범죄는 죗값을 치르면 그만이지만, 복귀 과정이 문제였다. 결코 건드리지 말아야 할 ‘가난’이다. 응당 우리가 아는 연예계에서 생활고를 겪던 사람들은 실제로 재조명되어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무명배우나 단역들로 익히 알려진 얼굴들이 라면만 먹으며 생수배달을 하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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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 저 곳을 떠돌며 살고 있습니다. 아직 어느 곳에도 주소지가 없습니다. <아무렇지 않으려는 마음>, <워크 앤 프리> 두 권의 책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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