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과 해방을 꿈꾼 사회주의자 청년의 극렬친일파 변신 - 신태악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3/09/07
혁명과 해방을 꿈꾼 사회주의자 청년이었다 식민지 시기 말 극렬친일파로 변신한 쥘 베른 최초 번역자, 신태악. 출처-조선일보

쥘 베른의 SF를 최초로 번역한 전향 지식인, 신태악(辛泰嶽, 1902~1980)
   
식민지 조선에서 쥘 베른을 처음 번역한 이유
   
『15소년 표류기』, 『80일 간의 세계일주』, 『기구를 타고 5주간』, 『지구에서 달까지』 등등. 어린 시절 누구나 읽어 보았던 책들이다. 프랑스 작가 쥘 베른(Jules Verne)이 ‘경이의 여행’(Voyages extraordinaires) 시리즈로 묶어 출간한 작품은 60여 권이나 된다. 더 멀리, 더 빠르게, 더 낯선 곳으로 떠나는 이야기들로, 근대 과학 지식을 활용해 펼치는 주인공들의 모험과 도전으로 가득한 소설들이다. 조앤 K.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가 나오기 한 세기 전 이미 세상의 독자들에게는 쥘 베른이 있었다.

쥘 베른 원작의 『지구에서 달까지』와 『달나라 탐험』은 우리나라에 『월세계여행(月世界旅行)』이라는 제목으로 최초로 번역 소개되었다. 『월세계여행』은 픽션으로서의 한계를 과학적 이론으로 뒷받침해 리얼리티를 부여한다. 또한 시대적으로 모험과 도전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독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쓰여 있다. 미국 남북전쟁 동안 급속도로 발전한 화약 기술과 대포 제작 기술처럼 필요 이상으로 과잉 발달한 전쟁 기술을 어떻게든 사회적인 쓸모로 전환시킨다. 달나라 탐험은 그렇게 구상되었다.

독자들이 우주를 향해 날아가는 대포와 그것을 쏘아 올리는 화약을 통해 국가의 근대적 발전과 성장을 환기하게 된다면 그 자체로 계몽의 사명은 완수되는 셈이다. 『월세계여행』이 1920년대 식민지 조선이 참조할 교범으로 선택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쥘 베른의 과학소설은 3.1 만세 운동의 실패 이후 과학의 발전을 촉진해 어서 빨리 식민지 조선의 근대화를 달성해야 한다는 임무를 상기시켰다.
강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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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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