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방셔츠를 가족이 사왔다. 바다 수평선이 생각나는 이방연속무늬가 마음에 들었다. 가게에서 영수증을 받아들고 임시보관소로 윗호주머니를 찾았다. 호주머니가 위도 아래도 옆에도 없었다.
나는 호주머니를 움직이는 수납공간으로 활용한다. 관계에 윤활유로 쓰이도록 가끔 찔러줄 봉투를 넣어두는 간이금고이기도 하다. 수납공간도 간이금고도 없는 옷차림이라니 사회활동에 불편하다.
지금은 호주머니 없이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 찔러주는 봉투 대신에 카드로 내가 계산하면 된다. 호주머니 없는 옷차림으로 거울을 보면 그 차림이 나아 보이기도 한다.
호주머니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