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철도 999'를 돌아보며 - 마쓰모토 레이지 선생의 명복을...

김형민
김형민 인증된 계정 · 역사 이야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
2023/02/20
또래 친구들끼리 술 먹고 기타 치고 노래 부르고 노는 문화는 거의 없어졌지만 아주 드물게 그럴 기회를 잡습니다. 처음엔 발라드도 부르고 왕년의 민중가요도 되살리고 하다가 술이 상당히 올라가서 꼭지가 돌 즈음 누군가 만화영화 주제가 메들리를 시작하면 엄청나게 신나게 불러 대고 가사를 꽤 기억하고들 있다는 걸 알고 놀라워할 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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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제 어릴 적 동심의 태반을 책임진 것은 위인전도, 문학전집도, 동요도 아닌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굳이 그 국적을 따지자면 단연 일본입니다. 우주소년 아톰부터 피구왕 통키까지, 일본에서 만든 애니메이션 보고 자라서 어른이 됐으니 ‘저패니메이션’은 저의 ‘사회화’에도 적잖은 지분을 가진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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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캡쳐 (국내 애니메이션 그림도 섞여 있습니다)
 
<플란더스의 개>에서 가난한 이와 부자가 어떻게 다른지를 알았고 <개구리 왕눈이>에서는 호수의 지배자로 행세하던 투투가 그의 지배에 거역하고 자유를 부르짖는 뜨내기 개구리를 교묘하게 제거하는 장면, 그리고 무기력하게 그를 지켜보는 왕눈이의 부모를 모습에서 ‘계급적 분노’를 느꼈으며, <미래소년 코난>에서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개념을 어렴풋이 감 잡았고 <요술공주 밍키>에서는 변신할 때 드러나는 여성의 누드에 가슴이 콩닥거리기도 했으며 문득 외로워질 때 괜히 ‘들장미 소년’이 되어 “괴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울어”를 되뇌지 않았겠습니까. 지금도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꽤 많이 흥얼거릴 줄 안다는 건 그만큼 재패니메이션의 은혜로운 세례가 어지간히 퍼부어졌기 때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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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가장 인상 깊은 애니메이션의 하나로 은하철도 999를 빼놓을 수는 없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1981년 10월 4일 은하철도 999를 처음 봤던 날만큼의 기억은 오늘날에도 뚜렷합니다. 그때까지 숱한 애니메이션을 봤지만 그렇게 짜리몽땅에 옥상에서 떨어진 메주같은 주인공은 처음이었는데 이윽고 등장하는 여주인공은 웬 금발의 꺽다리 미녀였단 말이죠. 그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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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과는 나왔지만 역사 공부 깊이는 안한 하지만 역사 이야기 좋아하고 어줍잖은 글 쓰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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