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베트의 만찬> : 그녀 '자신'을 위한 최선의 노력, 모두를 위한 최고의 만찬

신승아
신승아 · 삐딱하고 멜랑콜리한 지구별 시민
2023/10/19

'이자크 디네센'은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실제 주인공이자 원작자이며, 두 차례나 노벨 문학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적 있는 덴마크 출신 작가이다. 자자한 명성에 기가 죽었는지, 아니면 문학적 성취만큼 유명했던 사생활 때문인지, 이상하게도 그녀의 작품에는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바베트의 만찬』을 집어 든 까닭도 따뜻해 보이는 제목과 세 여인이 그려진 흑백 일러스트에 눈길을 빼앗긴 게 전부였다. 다른 때와 달리 편안한 마음으로 페이지를 넘겼다. 내용은 마냥 아름답지도, 그렇다고 너무 묵직하지도 않았다. 여운은 잔잔하고 깊었다.

노르웨이의 작은 시골 마을 '베를레보그'에 '마르티네'와 '필리파'라는 신앙심 깊은 두 자매가 살고 있었다. 자매의 아버지는 개신교의 한 종파를 일군 목사이자 예언가였다. 세월이 흘러 목사가 죽은 뒤 딸들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봉사와 헌신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살아간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1871년 6월 비 내리는 밤, 자매들의 노란 집에 프랑스 여인 '바베트'가 찾아온다. '바베트는' 과거 '필리파'의 노래 선생님이었던 유명 가수 '아실 파팽'의 편지를 통해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고서, 파팽 씨의 좋은 친구분들을 무보수로 모시겠다고 말한다. 두 자매의 새 식구가 된 '바베트'는 과거를 숨긴 채, 평범한 가정부 역할을 수행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바베트'가 망명 오기 전 친구에게 부탁해 매년 갱신하던 복권이 그랑프리에 당첨되는 기적이 일어난다. 무려 만 프랑이나 되는 거액이 생기자, '바베트'는 오는 12월 15일, 자매들의 부친인 목사 탄신 100주년 기념일에 프랑스식 정찬을 차리게 해달라고 간청한다. 염려와 불안 속에서 '바베트의 만찬'이 차려지고 식탁에 둘러앉은 12명의 신도들은 천상의 맛을 경험하며, 지난날의 과오를 반성하게 된다.

책 속에서 발췌 (이하 동일)

* 두 자매의 '오만과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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