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일휘
연하일휘 · 하루하루 기록하기
2022/12/03
"심심한 사과"의 문장에서, 과연 "심심"의 뜻이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어른들도 얼마나 계실까요. 실제로 저도 국어 영역 점수가 좋았음에도 '심심하다'의 뜻을 찾아보고나서야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심심한 사과'의 뜻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고, 사용도 할 수 있었습니다. 자주 접하며 정확한 뜻을 모를지라도, 어떤 뜻으로 사용되며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인'으로 태어나 평생을 '한국어'를 사용하며 습득하게 된 일종의 문해력 덕분에, 정확한 뜻을 모르더라도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심심한'의 단어를 보고 웃던 이들의 모습을 보며 어릴적의 한 기억이 겹쳐집니다. '단어'의 뜻을 파악하는 것에 대한 비웃음(?)에 관련된 기억은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부터 시작됩니다.  당시 선생님께서 사용하시던 '주목'이라는 단어였습니다.

주목 注目
[감탄사] 군사) 구령자에게 시선을 모으라는 구령
- 표준국어대사전

언제나 선생님이 아이들을 집중시킬 때마다 '주목'이라는 단어를 외치시곤 했었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선생님의 '주목'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아이들은 저마다 '주먹'을 쥐면서 킥킥대곤 했었고, 몇 번 혼이 난 뒤에야 집중하라는 뜻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너무 어릴 적이라서 '문해력'이 부족했던 탓에 웃었던 것일까요. 선생님의 '주목'이라는 단어에 아이들은 혼이 난 뒤에도 종종 몰래 '주먹'을 쥐면서 서로 장난을 치고 웃어대곤 했었습니다. 선생님께 들키면 혼이 날테니, 아이들 사이에서 선생님이 외치실 때만 치던 하나의 장난이었죠. 제대로된 뜻을 알지 못했던 것도 있었지만, '일부러' 장난을 치기 위한 의도로서 '주먹'이라는 단어로 오독하기도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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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걸 좋아하지만 잘 쓰진 못해요. 사교성이 없어 혼자 있는 편이지만 누군가와의 대화도 좋아해요. 긍정적으로 웃으면서:) 하루하루 살아가고픈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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