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는 어떻게 씁니까
2022/12/26
간밤에는 브라우니를 먹는 꿈을 꿨다. 일어나자마자 입이 심심해 빵집에 들러 브라우니를 샀다. 집에 도착해서는 라테와 함께 입 안으로 천천히 녹여 먹었다. 향긋한 초코의 달달함과 라테의 고소함을 맛보며 8월의 시작이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브라우니를 아껴 먹으면서 인터넷 서점을 구경했다. 아침마다 신간 에세이를 살펴보는 게 취미이므로 신상품을 누르고 에세이 카테고리에 들어가 어떤 책이 나왔는지 살펴봤다. 이 책은 표지가 시선을 당기고, 이 책은 제목을 잘 지었고, 그런 생각을 하자 어제 진지하게 했던 고민이 다시 떠올랐다. 에세이는 도대체 어떻게 쓰는 거야, 하는 고민. 에세이 작법서는 모두 읽었고 종종 에세이 강의를 하기도 하는 나지만 가끔 이럴 때가 있다. 내가 했던 모든 일이 낯설어 보이는 상황. 그래서 어제는 어깨에 힘을 딱, 주고 이런 글을 적었더랬다.
언제나 글에 관해 아는 게 없다는 느낌을 품고 있지만 누군가 질문을 하면 큰 고민 없이 입을 여는 나를 보며 그래도 이제까지 배운 게 헛되지는 않구나 싶다. 문예창작 과정을 끝냈지만 수필은 과정에 편성되지 않았을뿐더러 스스로 열 권 남짓 되는 에세이 작법서를 찾으며 독학했기에 글을 쓸 때마다 종종 충돌하는 지점이 생긴다.
어떤 작가는 나라는 범주를 넘어서 타인에게 편지를 부치는 심정으로 세계를 넓히라 했고, 어느 작가는 아무도 알아주지 못할 것 같다는 기분이 드는 극히 내밀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에 닿으라 했다. 정답만 찾으며 암기했던 어린 시절과 달리 에세이는 공부하면 할수록 답이 없다. 에세이 작법서는 늘어나지만 마음 한쪽이 언제나 불편하다. 규칙이라 여긴 모든 법칙이 실은 한 작가의 주관적인 이야기에 머물 뿐, 아무리 존경하는 작가여도 모든 상황을 아우르는 완벽한 답은 내밀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면 내심 안도가 되다가도 길을 잃어버린 느낌이 든다.
시중에 있는 에세이 작법서는 물론 수필과 산문 작법서까지 모두 섭렵했다....
2020년 봄, 문예지 어린이와 문학 봄호에 동화로 등단을 했습니다. 첫 책으로 수필집 〈제주 토박이는 제주가 싫습니다〉(2021)를 폈어요. 제9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받아 〈나를 살리고 사랑하고〉(2022)를 출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