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홈 보육사 일기 <노을이 이야기>
2022/06/02
“너는 엄마랑 같이 살지 않아?” 친구가 노을이(가명)에게 물었다. 교실 뒤에 있는 학급 게시판에 제각기 ‘세 가지 소원’을 적어서 붙이기로 한 날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 노을이는 담임 선생님이 나눠주신 학습 활동지 첫 번째 칸에 ‘엄마와 같이 살고 싶다’하고 막 적던 참이었다. 노을이가 친구를 보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 아이는 옆의 친구에게, 그리고 그 친구는 또 옆의 친구에게 말했다. “노을이는 엄마랑 같이 안 산대.”
노을이는 그때 눈물이 조금 났다고 했다. 왠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어쩌면 노을이는 “너는 엄마랑 같이 살아?”하고 되묻고 싶은 마음을 꾸욱 눌렀을지도 모르겠다. 친구들의 눈치가 조금 이상했으니까 말이다. 자기 마음을 채 알아차리기도 전에 눈물이 먼저 나오는 상황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약간 어지러운 표정이었다. 다른 아이들과 똑같은 활동지를 작성했을 뿐인데, 아이들이 수군거리고 놀라는 것을 보고나서 자신이 친구들과는 뭔가 다르고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은 모양이었다.
노을이는 엄마랑 같이 살지는 않지만 세 명의 사회복지사 이모와 함께 ‘그룹홈’에서 살고 있다. 세 명의 ‘이모’는 돌아가며 아이들과 함께 잠을 자고 밥을 해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