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청소부> :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들 by 모니카 페트

신승아
신승아 · 삐딱하고 멜랑콜리한 지구별 시민
2023/09/27
사진 출처 : 인터넷 서점 알라딘 제공

프랑스 혁명이 발발하기 10년 전, 유럽 곳곳에서 왕당파와 공화파를 가리지 않고 혁명적 사상이 밀려들었다. 시대적 대전환을 앞두고 모두가 혼란에 빠진 이때, 어느 20대 청년 노동자는 낮에는 렌즈를 깎고 밤에는 저술에 몰두하며 하루를 보냈다. 현실은 고단했고 미래는 불투명했지만 청년은 분노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묵묵히 제 할 일을 했다.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나아갈 방향을 모색했던 그의 노력은 <데카르트 철학 원리>라는 책으로 출간되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사상과 인종에 관계없이 모든 모임에서 그의 저작물은 맹렬히 비난받았다. 설상가상 광신도들의 암살 시도가 잇따르며 떠돌이 생활을 해야 했다.  

그는 평생 여관 달방 신세를 면치 못했으나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았다. 부와 명예를 멀리했고, 근검절약이 몸에 배어 있었으며, 늘 겸손했고, 낮에는 렌즈 세공업자로, 밤에는 철학자로 살았다. 그가 생을 받쳐 연구한 주제는 "어떻게 하면 인간의 잠재적인 힘을 끄집어내어 노예 상태에서 해방시킬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답하는 것이었다. 그는 섣불리 확신하지도, 호통치듯 명령하지도 않으며 확고한 세계관을 구축했다. 시간이 흘러 재야에서 입소문을 타고 명성이 널리 알려지자, 하이델베르크 대학 측이 그를 교수로 초빙했다. 하지만 그는 정중히 거절 의사를 전하고, 렌즈 세공업자로 사는 길을 선택한다. 그의 꿈은 '철학 하는 사람'이지 '철학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성실한 노동자이자, 자유롭게 사고하며 현대 민주주의 사회의 초석을 다진 철학자. 이 은밀한 이중 생활자의 이름은 '바뤼흐 스피노자'이다. 대개 사람들은 노동자와 철학자는 태생이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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