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0
철학적인 의미가 아닌 문자 그대로 '정리'를 하는 중입니다. 지난 14년 간의 일본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을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올해를 시작할 때만 해도 전혀 계획에 없었던 일이었고, 갑자기라는 말로는 아쉬울 정도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귀국을 이렇게 쉽게 결정해도 되는지, 한국을 떠나온 지 10년이 넘었는데 돌아가서 잘 살 수 있을지 등은 이제야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가기로 결정하고 나니 뭔가 시원섭섭한 기분이 드는 건 너무 클리셰 같지만, 피해 갈 수가 없네요.
제가 가지고 있는 물건 중 압도적 개수를 가진 것은 그릇이고, 그다음은 옷입니다.
글을 쓰다 보니 당연하지 않나? 싶지만 어떤 사람은 분명 부엌에 있는 그릇 보다 많은 옷을 가진 사람이 있을 겁니다. 저도 이런 타입인 줄 알았는데, 이번에 짐 정리를 시작하면서 역시 부엌살림이 옷보다 많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그릇보다 작다고 해서 제 옷들이 작은 편은 절대 아닙니다. 워낙 옷을 좋아해서 많이 사기도 했었고, 취향에 맞는 것을 쉽게 지나치지 못하는 편이라 비슷한 스타일도 많은 편입니다. 그중 가장 많은 것이 화이트 티셔츠입니다.
‘잘 길들어진 데님에 무심한 듯 걸친 화이트 티셔츠’
패션 잡지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카피 -무심한 듯 걸치는 옷.
세상에서 무심하게 걸칠 수 있는 옷은, 이른 아침에 온 택배의 벨 소리에 자다 깨서 정신없이 걸쳐 입는 파자마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때만큼 아무 생각 없이 옷을 걸치는 때가 없을 것 같거든요. 그 외에는 옷이라는 것은 절대 무심하게 걸칠 수가 없죠. 특히나 화이트 티셔츠라면.
저는 셔츠보다는 티셔츠를 좋아합니다.
그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화려한 색이나 타이포나 그림이 그려진 티셔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