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02
앞의 글들에서 나는 직관의 역할을 강조하고자 했다.
단어의 개념은 수학처럼 논리적으로 딱 떨어지는 정의라기보다는, 단어가 지칭하는 대상에 대해 사람마다 고유하게 갖고 있는 지식들의 총체이다. 다시 말하면, 단어의 개념에 대해서 사람마다 다른 직관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논리를 구성하는 전제의 타당성, 근거가 전제를 뒷받침하는 개연성의 수준에 대한 판단 역시 사람마다 다른 직관에 의존한다.
직관이란, 의식적인 추론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어떤 판단에 도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사람의 얼굴을 별다른 생각 없이 알아보는 것,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물체가 바닥에 닿을 때 쿵하는 소리를 낼 것이라고 무의식적으로 예측하는 것, 고의로 약속을 어기는 것은 나쁜 일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직관의 예이다. 감정 역시 직관의 한 유형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호불호의 감정이 자신에게 이익을 주거나 위험을 가져올 수 있는 대상에 대한 본능적인 판단의 역할을 하는 예와 같이, 감정은 대상이나 상황에 대한 직관적인 판단을 제공하고 논리적 추론이나 의식적 성찰에 따르는 지연 없이 필요한 행동을 곧바로 취할 수 있게 한다.
직관과 논리는 판단과 행동의 결정을 위한 도구이다. 물론 이 중에서 역사가 더 오래된 도구는 직관이다.
숲에서 과일을 따던 우리 선조가 멀리서 어슬렁거리는 곰을 발견하고 하던 일을 계속 할지 바구니를 내팽개치고 도망을 쳐야 할지 판단해야 했을 때, 논리보다는 직관의 도움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논리와 직관의 경계는 생각보다 모호할 수 있다. 도망칠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곰이 얼마나 배가 고파 보이는지, 곰과의 거리가 얼마인지, 곰의 속력과 내가 달리는 속력의 차이가 얼마인지, 과일을 못 따가면 친족들 사이에서 내 평판이 얼마나 하락하게 될지 등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판단에는 여러 정보와 그 정보의 가공 과정이 필요하다. 정보를 가공하여 판단을 내린다는 점에서 직관과 논리는 공통적인 역할을 한다. 다만, 그것을 한번에 중간 단계 없이 의식을 하기...
궁금하고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주제에 대해 배우고자 노력하고, 깨달아지는 것이 있으면 공유하고 공감을 구하는 평범한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