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소통의 어려움 1] 합리적인 대화는 왜 그렇게 어려운 것일까?

서툰댄서
서툰댄서 · 네트워크를 꿈꾸는 자발적 실업자
2024/03/19
소통이란 것이 참 어렵다는 느낌을 종종 갖는 것은 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 
TV로 토크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간혹 소통 전문가라고 하는 직함을 갖고 출연하는 분들을 볼 수 있다. 명절날 모처럼 모인 가족들이 사소한 말 한마디로 감정이 상하고 다투게 된 사연이 소개된 다음,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어떻게 이런 문제들을 예방하고 피할 수 있는지 조언을 주시곤 한다. 말을 끊지 말고 먼저 경청하라,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라, 논리적으로 얘기하기 전에 먼저 공감을 표현하라, 아 다르고 어 다르니까 같은 말을 해도 표현을 신경써라 같은 내용들인데, 상식적인 내용들이긴 해도 유창한 언변과 생생한 사례로 재미있게 풀어내는 이야기들을 듣다 보면 가족이나 친구들과 소통이 잘 안되어 일어나는 갈등들을 다 풀어낼 수 있는 지혜를 얻은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 글에서 다루는 소통은 이런 개인 간의 일상적인 대화와는 좀 다른, 정치적 대화이다. 정치적 대화라는 말은 단지 국회나 정부에 대한 이야기를 뜻하는 것만은 아니다.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의사 결정을 내리거나 무엇이 옳은 행동인지에 대한 논의를 폭넓게 포함할 수 있다. 직장에서 열리는 다양한 주제의 회의나 동호회 MT의 일정을 정하기 위한 단톡방에서의 대화까지 정치적 대화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형적인 정치적 대화는 사회의 구성원들이 공적 이슈에 대해 옳고 그름의 관점에서 이견을 갖고 맞서면서 다른 사람들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이런 논쟁에서도 감정은 중요한 영향을 미치겠지만, 감정 자체가 옳고 그름의 직접적인 판단 근거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그보다는 각자 객관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논리적 근거에 따라 주장을 펼치고 비판을 주고 받는 합리적인 대화를 지향한다.
흔히 그려 볼 수 있는 합리적인 대화의 이상적인 모습은, 각자가 주장과 근거를 명확하고 정직하게 표현하고, 서로를 존중하고 경청하며 상대가 말하는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 결과 서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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