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여행 3 지우펀의 취두부

김형민
김형민 인증된 계정 · 역사 이야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
2024/02/06
이틀째 일정 끝나고는 모여서 대만 스포츠 채널을 통해 아시안컵 일본 이란전을 봤다. 잠깐 대만 중계를 듣다가 인터넷으로 한국 중계를 들었는데 그 분위기가 완연히 달랐다. 대만 캐스터가 전반전 일본이 골을 넣자 환호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던 반면, 이란이 역전했을 때 한국 중계팀도 티나게 기뻐(?)하는 게 귀에 선했다. 함께 일제의 식민 지배를 받았지만 그에 대한 감정은 천양지차라는 게 가이드의 설명이다. “일본 사람들 많이 와요, 외국 관광객 85%가 일본 사람이에요. 음 뭐랄까 옛 친구 만나는 그런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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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일본 역전패 이후 축배를 들었다. 하아 왜 그러는 건지 나도 몰라


청일전쟁 이후 일본이 대만을 점령했을 때 저항이 없지는 않았지만 일치시대(日治時代 : 이렇게 표현했다)를 관통하는 조직적 항일 운동의 역사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조선 사람들은 나라를 빼앗긴 것에 분노했지만 대만 사람들에게는 빼앗길 나라가 없었다고나 할까. 서양 세력 이하 정성공까지 대만은 경제적 이익을 얻거나 군사적 목표를 쟁튀하기 위한 거점일 뿐이었으니까. 어쨌든 일본은 대만 전역을 통치하면서 근대적 인프라를 구축하고 생활 수준을 향상시켜 주었다고 여기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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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째 되는 날 방문한 지우펀(九份)은 이런 대만의 미묘한 역사가 아주 잘 드러나는 곳이다. 지우펀은 원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고지대로 인적이 드문 곳이었다. “아홉 가구가 살았는데 생필품을 장만하기 위해서는 한 집 사람이 내려가서 9인분을 장만해서 올라가서 나눠 썼다고 합니다. 장터 내려가서 9인분!을 외치지 않았겠어요? 그래서 그 동네 이름이 구인분, 지우펀이 된 겁니다.” 가이드의 설명이다. 그런데 이 외딴 산동네는 인근에서 금이 발견되면서 팔자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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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 러시’는 동서고금의 일치된 현상이다. 깊은 산중에 아홉 가구 살던 지우펀은 광부와 그 가족들과 광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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