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반지의 제왕' 꿈꿨지만... 참담한 결과물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4/02/29
영화 한 편을 찍는 데 드는 돈은 얼마일까. 톱스타가 여럿 출연하고 촬영기간도 긴 블록버스터는 제작비가 많이 드는 게 일반적이다. <외계+인 2부>의 경우 370억 원, <노량: 죽음의 바다>는 300억 원, <서울의 봄>은 230억 원을 들여 만들어졌다. 그 결과로 500만 명을 훌쩍 넘는 관객이 들어야만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게 되었다. 이중 <외계+인 2부>는 손익분기점이 무려 700만 명으로 알려져있다. 5000만 명을 조금 넘는 국민 가운데 700만 명이 영화를 보게 만드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시장의 규모는 곧 영화 제작 규모로 직결된다. 1000만 명 이상의 관객이 쉽게 드는 시장을 가졌다면 300억 원 정도의 투자를 받는 영화도 훨씬 더 많이 나올 수 있다. SF, 대하 사극 등 제작비가 많이 드는 작품이 쉽게 나오지 못하는 한국의 현실은 그저 수준급 작가의 부재로만 설명될 수 없다.
 
▲ 영화 <봉신연의: 조가풍운> 포스터 ⓒ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5400억 원 들인 초대형 블록버스터

관객 수에 있어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곳이 중국이다. 2021년 개봉한 <장진호>가 할리우드의 아성을 무너뜨리며 전 세계 흥행수익 2위를 기록할 만큼 독보적 규모의 내수시장을 가졌다. 이를 기반으로 중국영화는 갈수록 그 규모를 키우고 있다. 할리우드는 물론 아시아권에서도 크게 뒤처졌던 기술력까지 많이 보완되어 적어도 특수효과와 촬영에 있어선 아시아 최고수준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결정적으로 부족한 것은 역시 각본이다. 기술적 측면은 쉬이 따라올 수 있으나 계량화하기 어려운 자산은 쉽게 제 것으로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부족한 시나리오 속에서 기댈 것은 역시 고전이다. 제 나라의 문화와 역사가 응축돼 빚어낸 고전은 시대와 형식을 뛰어넘어 오늘의 독자에게 호소할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동아시아에서 가장 길고 넓은 문화와 역사를 가진 중국이니만큼 그 고전 또한 상당한 힘을 가진 것이 사실이다.

<봉신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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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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