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편지5] 맨발로 걷는 사람들
2023/02/15
지난 1월 어느 날, 한낮에도 영하 10도를 밑도는 한파로 인해 몹시 추운 날이었습니다.
그 날은 샛강 산책을 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센터 안에서만 일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계단을 지나며 무심히 창밖을 보았는데, 한 남자가 센터로 올라오는 길 중간쯤 나무 곁에 서 있는 걸 보았습니다.
제자리걸음으로 천천히 움직이는 남자를 보니 맨발이더군요. 이 날씨에 맨발이라니… 하는 생각으로 계속 보았는데 그가 밟고 서 있는 땅이 반질반질 다져져 있었습니다. 다른 어느 날은 두 사람이 같은 곳에 서서 역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고요. 그들은 나중에 센터 입구 쪽으로 걸어왔는데 아마도 발을 씻으러 오는 것 같았습니다.
작년 가을 무렵부터 여의샛강생태공원에는 맨발로 걷는 사람들이 부쩍 눈에 띄었습니다. 추석 즈음 어느 신문에서 말기암 환자가 맨발걷기를 두 달 남짓 하고 나서부터 건강이 좋아졌다는 기사를 실었어요. 이 기사는 꽤 회자되었는데, 그 즈음부터 샛강에도 맨발걷기가 늘었습니다. 여의도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생태공원인 샛강은 대부분의 산책로가 흙길로 되어 있어 맨발걷기로 아주 좋은 곳이죠. 점심 시간에는 셔츠와 양복바지를 입은 직장인도 맨발걷기를 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강의 생태를 가꾸고 강문화를 만들어가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에서 일합니다. 읽고 쓰는 삶을 살며, 2011년부터 북클럽 문학의숲을 운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