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를 튼다는 것

이혜경
이혜경 · 일어 서는 자
2021/12/07
 저 쪽 구석에서 눈동자를 굴리는 저 남자가 갑자기 싫어졌다. 30년이라는 세월을 같이 살았지만 지금처럼  저 남자가 보기 싫어지긴 처음이다.

 느닷없게 터진 생리현상은 '사라지고 싶다' 였다. 그것도 밥상머리에서다. 동작들이 멈춰지고 여섯개의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쓸데없는 말로 순간을 모면하고 싶지만 발이 바닥을 비빈 소리치고는 너무 적날했다. 남편이 한 소리를 보탰다.
  "방귀 꿨지?! 에이, 밥 먹는데!"
 30년 동안 살면서 딱 한번이었다. 
 "저는 날마다 뀌면서!!"
  버럭 소리를 지르고 먹던 숟가락을 놓고 방으로 들어 가 버렸다.

 친구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이런 저런 얘기 끝에 남편 앞에서 방귀를 텄네 마네 하는 이야기가 화두가 된적이 있었다. 아직도 트질 못 했다는 말에 남편이 아직도 불편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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