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기억해

MollyMind
MollyMind · 6년차 마케터가 보는 세상
2022/01/18
"정말 이 철길만 따라 걷는 게 맞을까?"

그는 아까부터 유사한 말 찾기라도 하는 듯 '정말 이 길이 맞을까?', '우리가 올바르게 가는 걸까?',
' 아무것도 없으면 어쩌지' 같은 하나같이 비관적인 말들로 턱턱 숨이 막히게 한다.

"아까부터 정말 왜 그러는 거야? 다른 방도라도 있어?"

"아니... 계속 걷고 걷는데, 끝이 보이질 않으니까 하는 말이지..."

지친 발걸음처럼 질질 끄는 말투마저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지금은 화낼 힘도 아껴야 하는데 차라리 입이라도 닥치고 걷기나 했으면 좋겠다는 내 바람과 무관하게 그는 쉴 새 없이 이야기를 했다.

"조금 이상하잖아. 무슨 방 탈출처럼 아이템 같은게 자꾸 나오니까..."

주머니 속 날카로운 칼을 든 내 손이 움찔거린다. 그의 얼굴을 난도질하는 상상까지 미칠 것 같아 머리를 가로 휘저었다. 그는 내가 현실을 부정하는 것 처럼 보였는지 다시 말을 이어갔다.

"아니, 우리 외엔 사람도 한 명 없는데, 아이패드가 철길에 그냥 널브러져 있는 데다가 비밀번호도 없고, 배경화면에 마치 게임처럼 지도가 있잖아. 이건 우리를 함정에 빠뜨리려고 하는 것 같아. 한곳으로 모는 거지 다른 곳을 쳐다볼 수 없게"

이 말을 대체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르겠다. 네가 의심스러운 것은 희귀할 것도 새로운 정보도 아니야.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다른 방도가 있냐고. 없잖아 없으니 그냥 걷는 거야. 뭐라도 해야 할 것 아니야.라고 나도 몇 번이나 말했기에 깊은 한숨과 함께 몸속으로 쑤셔넣는다. 그래, 더 이상 화낼 힘도 없어. 기껏 탈출해서 범죄자가 되고 싶지 않으니까.

"그 지도도 오직 철길만 안내하고 있잖아. 우리가 새로운 길을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 좀 무섭고 힘들어도 말...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MollyMind는 마케팅과 데이터를 중심으로 하는 블로그입니다. 새로운 지식과 인사이트를 발굴하고, 지식의 경계를 넘어서며, 새로운 아이디어와 가능성을 모색합니다.
67
팔로워 91
팔로잉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