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가벼운데 마음이 벌써 춥다.

살구꽃
살구꽃 · 장면의 말들에 귀를 모아봅니다.
2022/10/14
   
점심 먹고 동네 재래오일장에 갔다. 특별히 꼭 사야 될 게 있는 건 아니었다. 양파나 고구마처럼 무게가 나가는 건 다음에 남편이랑 갈 때 사면 될 것들이었다. 한 바퀴 가볍게 돌면서 지난번 생대추를 샀던 할머니한테 상추나 조금 살까 싶었다. 

장에 가면 찬송가나 가요를 틀어놓고 배를 밀며 구걸을 하는 노인이 있다. 사람들은 걷다가 으레 그래왔듯이  움직일 수 있게 자리를 비켜준다. 노래가 한 자리에서 멈춰 계속 들린다 싶더니 노인이 엎드린 채 500미리 생수병의 물을 드시는 중이었다. 근데 한 손은 생수병을 들고 다른 한 손은 한 방향으로 계속 바닥을 치는 동작을 반복했다. 장에 갈 때마다 그 노인을 본 게 10년도 더 된다. 그렇다면 그에게 필시 건강에 이상이 온 것임이 분명하다.

장에는 감이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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