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먼 자들의 도시가 된 베이징 - 중국 현지에서 지켜본 백지혁명④

及时雨
及时雨 인증된 계정 · 프리랜서 잡글러
2022/12/12

1.
며칠 동안 ‘약 찾아 삼만리’를 헤매고 다녔다. 주말에도 행여나 해열제 한 알이라도 구할 수 있을까 싶어서, 동네 주변과 이웃동네 약국을 참새가 방앗간 기웃거리듯이 드나들었다. 부루펜, 타이레놀 같은 해열제와 인후통이나 기침등 코로나 증상을 완화시키는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약들을 ‘미치도록’ 구하고 싶었다. 2022년 12월, 세계 제 2위 경제대국 중국에서 그 흔해빠진 감기약 종류와 해열제를 구할 수 없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잘 믿기지가 않았다. 제로 코로나 정책 시절에는 감기에 걸리거나 열이 나도 약국에서 약을 사려면 코로나 확진자가 아니라는 증명서나 신원등록을 한 다음에야 ‘어렵게’ 구할 수 있었다. 그때도 어이가 없었는데, 이제는 아예 약 조차 구할 수가 없다.
 
직접 약국을 찾아 헤매기 전까지만 해도, 간편하게 스마트 폰 약국 배달 앱 에서 손가락만 누르면 평소처럼 ‘30분 이내’에 총알 배송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모든 약국 배달 앱과 징동, 타오바오등 중국내 대표적인 인터넷 쇼핑몰을 다 돌아봤지만 해열제 한 알도 구할 수가 없다. 그마나 구매가 가능한 몇몇 일반 종합 감기약도 ‘언제 배송될지 장담할 수 없다’는 알림이 떴다. 중국에서 코로나 치료제로 널리 알려진 중약 성분약인 ‘연화청온’(连花清瘟)과 부루펜등의 해열제는 아예 ‘씨가 말랐다’. 징동이나 타오바오등 대형 쇼핑몰에서는 일주일에 서너 번 ‘연화청온’을 비롯해 인기 있는 제약회사 브랜드의 종합감기약등을 정해진 시간에 ‘반짝 한정 판매’ 한다고 광고하지만 ‘땡’ 하자마자 1초도 안 되서 ‘판매 완료’ 알림이 뜬다. 그 찰나의 순간에 누가 다 싹쓸이 해 가는지 모르겠다. 때문에 한동안 온라인 약국을 전전하다가 포기하고 주말부터는 본격적으로 오프라인 약국 매장을 직접 찾아 다녔다.
필자 촬영
及时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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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 장기 거주중. 나의 중국 친구들과 맛있는 중국 음식, 서점과 책들을 사랑하며 끊임없이 싸돌아 다니며 사람 구경, 풍경 구경 하기를 좋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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